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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10 20:16 수정 : 2008.03.10 20:16

사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의 경쟁지상주의 교육관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상품과 용역의 질이 시장경쟁을 통해 높아지듯이, 아이들도 경쟁체제 속에서 학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규격화된 기능인을 대량 으로 양성하던 초기 산업화 시대의 교육관이다. 오래전 폐기된 교육관이기도 하다.

공 교육감의 이런 교육관이, 교육의 시장화를 선언한 이명박 정부를 맞아 기세를 떨치고 있다. 중1 일제고사를 부활시키고, 학생별 석차 백분율을 통보하는 데 앞장섰던 그가 이번엔, 학교 안에 우열반 편성을 재촉할, 영재학급 확대 운영 방침을 발표했다. 600여 학교에서 한 학급씩 영재학급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초등학생까지 사교육 시장으로 내몬다는 이유로 거부된 국제중학교 설립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자율형 사립고를 구마다 하나씩 신설하고, 자립형 사립고를 늘려 사실상 고교 입시제도를 부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하고 있다. 이런 의지를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나라가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경쟁하는 법을 가르쳐줘야 한다.”

아이들은 저마다 고유한 덕성과 능력을 타고난다. 이런 능력을 찾아내고 기르는 게 학교이자 교육이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꿈과 희망을 갖게 되며, 이웃을 배려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전인으로 성장한다. 억압된 상상력과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해,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게 된다. 붕어빵 찍어내듯 규격화된 아이들을 생산하고, 경쟁에서 낙오한 대다수 아이들을 불량품으로 취급해 좌절시키는 건 교육이 아니다.

공 교육감은 나아가 학교와 학생의 서열화가 학력을 키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교육 선진국 치고 그런 제도를 펴는 나라는 없다. 이들 나라가 역점을 두는 것은 학업에 대한 흥미를 끌어올리고, 각자의 능력을 발굴·육성하고, 뒤처진 아이들을 부축하는 일이다. 경쟁 교육은 아이들에게 절망감을 안기고 중도에서 좌절하게 만들 뿐이며, 학업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려 결국 학업 성취도를 떨어뜨릴 뿐이기 때문이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강조되는 요즘 시대에 어울리는 인재를 길러낼 수도 없다.

게다가 교육에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도 않는다. 아이들의 노력보다 부모의 재력이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학교는 공장이, 아이들은 상품이 아니다. 이런 시각이야말로 교육력을 높이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사실을 공 교육감은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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