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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11 20:11 수정 : 2008.03.12 00:47

사설

장기파업을 벌여온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조합원들의 천막농성장이 어제 공권력에 의해 강제 철거됐다. 경찰의 지원 아래 영등포구청과 용역직원들에 의해 이뤄진 철거 과정은 “마치 시간을 몇십 년 전으로 되돌린 듯한 폭력과 욕설이 난무한 현장이었다”는 게 목격자들의 전언이다. 구청 쪽은 이번 일을 두고 “도로법을 위반한 불법시설물을 처리한 강제집행일 뿐”이라고 강변했다. 단순 행정절차를 밟기 위해 새벽부터 150여명의 용역 직원과 400명의 경찰병력을 동원했단 말인가.

코스콤 노조원들의 천막농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90여명의 노조원들이 천막농성을 벌여 온 지 어제로 무려 182일째다. 그동안 이들의 농성으로 주민들의 민원이 들어간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노조도 최근 “농성장 일부를 자진 철거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단다. 구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지난 6개월 동안 잠자코 있다 왜 이제서야 법에 따른 행동에 나섰는지 묻고 싶다. 누가 이런 결정을 했나라는 물음에 구청 쪽은 “법에 따랐을 뿐이고 결정은 직원들이 했다”고 해명했다. 어떻게 일선 공무원들이 이런 대규모 ‘민관합동작전’을 결정했다고 믿으라는 말인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이번 사건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우선, 이명박 정부 출범 15일 만에 노동현장에 공권력을 투입한 첫 사례로, 앞으로 노정관계를 더욱 차갑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대목은 이번 일이 ‘노사관계에서 법과 원칙의 준수’란 새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분명히 말하건대 법은 노사관계를 푸는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노사관계는 법 이전에 대화와 타협이 먼저다. 왜 노조원들이 이토록 오래 농성을 하는지부터 따져보고 먼저 대화에 나서는 게 순서다. 이런 노력조차 없이 강제철거에 나선 것은 노사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다.

게다가 법을 따지자면 노사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 수차례 불법파견과 위장도급을 한 사쪽의 불법행위는 놔두고 노동자들에게만 법을 들이댄다면 누가 수긍하겠는가. 법은 노사관계를 푸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신중하게 적용할 일이다.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 해법이며, 균형잡힌 노동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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