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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11 20:12 수정 : 2008.03.11 20:12

사설

한나라당의 안상수 원내대표가 어제 김대중·노무현 정권 추종세력이 정부나 방송, 산하기관 등 중요한 자리에 광범하게 남아 이명박 정부의 발목을 잡고 국무위원을 흠집내고 있다며 이들의 임기 전 사퇴를 요구했다. 일부 언론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누구는 정권이 바뀌었으니 <한국방송> 사장 등 임명직들이 임기와 관계없이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고, 또 누구는 방송통신위원장 인사 검증이 공영방송 등 좌파 총공세의 무대가 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런 주장의 의도는 쉬이 짐작된다. 말이 모아지는 지점을 보면, 당장의 비판에 재갈을 물리고 싶은 듯하다. 장관 후보들이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등에 대한 언론의 비판 보도를 흠집내기나 발목잡기, 좌파 공세로 몰아붙이는 논리가 그러하다. 검증 보도와 이에 따른 비난 여론에 변명하기 힘들어지자 철 지난 ‘빨갱이’론으로 되치려는 시대착오가 가관이다. 방송사 사장을 임기 전에 바꾸면 비판 보도가 수그러들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유신이나 5공 때로 퇴행하려는 것이 된다. 그들 자신이 비난했던 비판언론 탄압에 다름 아니다.

더한 문제는 이런 주장으로 임기제가 근본부터 흔들리게 된다는 데 있다. 일부 정무직과 정부 산하기관장의 임기를 법률로 보장한 것은, 그들의 직무에 독립성·공정성·객관성이 강하게 요구되기 때문이다. 검찰총장 임기제가 검찰 독립성 확보의 전제로 여겨지는 것이 좋은 보기다. 방송사나 공기업 임원의 임기제 역시 경영이나 보도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임기가 정해진 이들을 본인 뜻에 반해 내쫓겠다는 발상은 그런 점에서 법 제도의 취지를 무시하려는 게 된다. 나아가 임기제 흔들기에 공천 탈락자 등의 자리를 만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면, 이는 정치적 대가로 공직을 주고받는 매관매직일 뿐이다. 권력기관의 공정하고 독립적인 운영, 공기업의 투명한 경영 등 공들여 쌓아온 우리 사회의 합의된 가치는 여기서 허물어지게 된다.

안 원내대표는 총선에서 이기면 “좌파 정권에서 이뤄진 제도와 법안을 정비하겠다”고도 말했다. 민주적 선거로 선출된 정부를 일방적으로 좌파로 규정하고, 스스로 제 1당이나 제1 야당으로 참여해 만든 법과 제도를 부정하는 꼴이다. 헌정의 연속성을 부인하는 망언이기도 하다. 만사를 이념대립으로 몰아 정치적 이득을 챙기겠다는 그 저의가 경악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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