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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12 19:50 수정 : 2008.03.12 19:50

사설

국민연금기금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대기업 총수들의 이사 선임에 반대하기로 했다. 14일 현대자동차의 정몽구 회장 이사 선임안과 21일 두산인프라코어의 박용성 전 회장 이사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한 것이다.

국민의 돈을 운용하는 기관으로서, 또 회사의 대주주로서 당연한 결정이다.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 총수의 경영 전횡을 막고, 대다수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은 기관투자가가 해야 할 가장 기본 책무다. 경영권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관행에 안주하지 말고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통해 주주 권익 보호와 기업 경영 투명성 강화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아직도 많은 대기업 총수들이 분식회계로 비자금을 만들어 로비 자금으로 사용하거나 자신의 경영권 강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유죄 판결을 받은 뒤에도 버젓이 등기이사로 되돌아와 경영에 나서는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를 총수 개인의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기관투자가들의 책임이 크다. 기관투자가들은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방식으로 기업 총수들의 경영 전횡을 사실상 묵인해왔다. 법원은 분식회계와 비자금 혐의로 기소된 총수들을 집행유예로 석방해주고, 기관들은 이들의 경영 복귀를 방조함으로써 총수 일가를 감싸는 역할을 해온 셈이다. 견제가 없으니 총수들의 경영 전횡이 끊이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기관투자가들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 분식회계를 통한 비자금 조성, 계열사간 불공정 거래, 회사 자금을 이용한 편법 상속 등은 모두 선량한 대다수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다. 작게는 회사 돈을 횡령하고, 크게는 회사 이미지에 먹칠을 함으로써 기업가치를 떨어뜨린다.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다고 해서 기업 총수의 이사 선임이 당장 부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자세 변화만으로도 총수들을 긴장하게 만들기엔 충분하다. 국내 최대 투자기관인 국민연금이 이런 원칙을 지킨다면 다른 기관들과 외국인 투자자들도 결국 따라올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 총수의 전횡과 불법을 적당히 넘어가는 것이 회사를 돕는 일은 아니다. 따질 것은 따지고 반대할 것은 반대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회사도 건전하게 커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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