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12 19:51
수정 : 2008.03.12 19:51
사설
6자 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오늘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난다. 교착 상태에 있는 핵 신고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협상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긴박감이 느껴진다. 이번에도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의 임기 안에 핵 폐기 단계로 이행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6자 회담 틀 전체가 흔들릴지도 모른다.
협상이 성과를 내려면 북한과 미국 모두 빨리 현실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 먼저 북한은 우라늄농축 계획(UEP)과 해외 핵 협력설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성실하게 해명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북-미 ‘비밀 의사록’을 통해 문제를 푸는 안이 얘기되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상충하는 주장을 서로에게 강요해 사태를 복잡하게 만들지 않고 의혹을 실질적으로 검증하는 방안이다. 양쪽 처지를 함께 고려한 타협책이다. 특히 북한이 지금까지 한 설명만으로는 어떤 나라도 만족시킬 수 없는 만큼 북한의 적극적인 호응을 기대한다.
미국은 상응 조처로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적성국교역금지법 적용 종료 일정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미국내 강경파는 북한의 핵 관련 의혹이 완전하게 풀리기 전에는 상응 조처를 취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6자 회담의 바탕을 이루는 동시 행동 원칙에 어긋난다. 또한 미국이 상응 조처 일정을 밝히는 것은 기본적 신뢰를 증진시켜 북한의 성실한 핵 의혹 검증을 압박하는 효과를 갖는다.
고비를 맞은 북-미 협상과 대조적으로 한국 정부는 한가하기만 하다. 새 정부 출범 첫해 대외정책 기조를 보여준 그제 외교통상부 업무보고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외교부 간부들은 토론시간 내내 자원 문제만 집중 거론했다. 북한 핵 문제는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외교부가 보고한 올해 외교 목표에서도 6자 회담 등 한반도 관련 사안은 뒷전으로 밀렸다. 이런 태도는 이번 북-미 협상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6자 회담의 열매는 가장 열심히 노력한 나라에 가장 많이 돌아가기 마련이다. 북-미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6자 회담이 동력을 잃는다면 우리나라가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새 정부가 이전 정부와의 차별성에 집착한 나머지 한반도 관련 사안에서 주도적 구실을 포기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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