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13 20:35
수정 : 2008.03.13 20:35
사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했다. 김 신임 장관에게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것은 국회 인사청문회와 언론의 검증 과정 등에서 이미 충분히 드러났다. 공직자로서 윤리성과 도덕성은 말할 것도 없고 “신앙심을 가지고 있을 때 사회복지 정책은 성공할 것”이라는 황당한 논리를 펴는 등 전문성에서도 적임자가 아님이 낱낱이 밝혀졌다. 이 때문에 그동안 야당과 사회복지 단체뿐 아니라 지난 대선 때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보수 시민단체인 선진화 국민회의까지 그의 임명을 반대했다.
이 대통령에게는 이러한 국민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임명장을 준 뒤 “장관으로서 국정수행에 부적격이거나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민 다수의 생각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학자적인 양심(논문 표절)과 공직자의 자질(공금 횡령 의혹), 민주시민의 양식(건강보험 부정 혜택)을 저버린 사람을 두고 ‘일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두둔하고 나선다면 더는 할 얘기가 없기는 하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한 인식 차이가 아니다. 주권자인 국민을 대하는 정권 담당자들의 태도와 자세다. 그동안의 청와대 움직임을 보면 처음부터 여론에는 아예 신경 쓰지 않겠다는 독선적이고 오만한 행태가 엿보인다. 인사청문회가 끝난 직후부터 청와대에서는 설령 국회에서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20일 경과 기간만 지나면 그대로 임명하겠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일 뿐 아니라 국민이 아무리 비판해도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아집이다. 앞서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인 박미석 사회정책수석의 임명도 강행한 바 있다.
지난 정권에서 대통령의 독선적이고 오만한 태도에 질린 많은 국민은 이제는 좀 겸손하고 민주적인 규칙을 지키는 대통령을 보기를 바라고 있다. “국민을 섬기는 정부가 되겠다”는 취임사를 기억한다면 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김 장관과 박 수석 등에 대한 임명을 철회하기 바란다.
대통령 맘먹기에 따라 인사청문회 제도가 통과의례에 불과하다는 게 드러난 만큼, 이번 기회에 청문회 대상이 되는 모든 공직자에 대해 미국처럼 국회에서 표결하는 것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대통령의 독선을 조금이나마 제어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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