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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14 20:35 수정 : 2008.03.14 20:35

사설

지난해 성탄절 경기 안양시에서 실종된 초등학생 이혜진양이 참혹한 주검으로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누가, 도대체, 무슨 까닭으로, 여리고 고운 열살짜리 소녀의 생명을 앗아갔단 말인가. 자식 둔 부모라면 이양 부모와 함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이양과 같이 놀다가 실종된 초등학교 2학년 우예슬양은 아직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아 안타까움을 더한다.

이양은 지난해 12월25일 실종된 지 78일째인 지난 11일 실종 지점에서 15km 떨어진 야산에서 참혹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범죄 치고는 살해 수법이 잔인하기 짝이 없다.

어린이 유괴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분노와 참담함에 휩싸이며 그것이 마지막이 되기를 빌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우리 사회는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으며 치안을 책임진 경찰은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차려 대대적인 탐문과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수색지점과 다른 곳에서 훈련 중이던 예비군의 신고로 주검을 발견해 결과적으로 헛다리를 짚은 셈이 됐다. 우예슬양의 무사 생환을 빌며 경찰은 수사에 최선을 다해 유괴범은 반드시 잡히고야 만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기 바란다.

우리는 바로 며칠 전 서울 창전동 음식점 여주인 김아무개씨와 세 딸 등 부녀자 일가족 네 사람이 무참히 살해돼 암매장된 사건을 겪었다. 끔찍한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초등학생 유괴 살해 사건을 목도하게 돼 참담한 심정과 함께 우리 사회의 안전을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부녀자들이 나다니거나 자녀를 밖에 내보내기가 무서운 세상이 됐다고들 한다. 특히 이양 사건이 일어난 경기 남부 지역에서는 최근 1년여 사이에만 네 건의 부녀자 실종사건이 발생했으나 범인을 잡지 못해 해당 지역 주민들은 더욱 불안에 떨고 있는 실정이다.

힘없는 부녀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우리 사회가 약육강식의 야만에 물들어 있다는 방증이다. 한편으로 경쟁 지상주의, 물신주의가 끝모를 박탈감과 소외감을 낳고, 이것이 극단적인 범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사회적 성찰을 요구한다.

경찰은 더는 끔찍한 반인륜적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민생치안에 만전을 기울이기 바란다. 시민들과 각 가정에서도 범죄로부터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혜진양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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