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14 20:36
수정 : 2008.03.14 20:36
사설
한나라당에 공천 태풍이 몰아쳤다. 관심을 모았던 영남지역 공천에서 3선 이상 다선 의원들이 대거 탈락했다.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은 곧바로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당 공천심사위와 지도부는 ‘공천 개혁’이지, 계파 이해에 따른 ‘대숙청’은 아니라고 말한다. ‘한나라당 공천은 당선’이란 등식이 성립하는 영남지역에서, 좀더 폭넓은 다선 의원 물갈이가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건 사실이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의 결정은 속내야 어떻든 이런 여론을 등에 업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계를 비롯한 당내 상당수 인사들은 물갈이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고 의심한다. 탈락 의원의 숫자를 맞추는 형식적인 형평성을 통해, ‘이명박당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주장이다.
후보 선출권이 일반 당원의 손에 쥐여지지 않는 이상, 당 지도부 또는 공천심사위가 주도하는 물갈이는 정치적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런 논란이 있다 하나 한나라당의 이번 공천 태풍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공천 태풍이 ‘개혁 공천’이 되려면 최소한 그 기준은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주목받는 게 이명박 대통령 친형 이상득 의원의 거취다. 친이명박계 핵심인 5선의 박희태 의원까지 날아갔는데, 5선인 이상득(73) 의원은 살아남았다. ‘영남지역 고령의 다선 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가 현직 대통령의 형이라면, 어느 누가 공천 기준이 공정했다고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더구나 이 의원은 이미 문제가 드러난 새 정부의 주요직 인선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명박계의 다른 핵심 의원들도 인사 문제에선 모두 이 의원에게 밀려났다고 한다. 당내 최다선 의원인데다 대통령의 형이라는 후광까지 더해진다면, 앞으로 그에게 얼마나 더 큰 정치적 힘이 쏠릴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 의원은 며칠 전 <한겨레> 기자와 한 통화에서도 출마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대야 관계에서 자기가 할 일이 있기 때문에 포항에 반드시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생보다 먼저 정치를 시작했는데, 동생 때문에 그만두라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할 만도 하다. 그러나 이제 집착을 버릴 때다.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게 한나라당과 대통령인 동생의 정치적 부담을 더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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