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16 19:57
수정 : 2008.03.17 01:01
사설
국내외 경제 상황이 급속히 위기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 주택금융 부실(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마침내 미국 월가 5위의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를 침몰시켰다. 국내 경제도 환율 급등, 주가 폭락, 원자재값 폭등 등으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의 정책 방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보면 솔직히 불안하다. 의욕이 앞서 무모한 정책을 밀어붙일 태세이기 때문이다.
가장 걱정 되는 게 성장률 집착이다. ‘7% 성장’ 공약을 6% 안팎으로 낮췄지만 현재의 국내외 경제상황을 볼 때 이것도 높은 수치다. 경제상황이 악화하면 잠재성장률도 낮아진다. 지난해 말부터 물가가 오르고,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이는 것은 현재의 성장률이 이미 잠재성장률을 넘어섰음을 보여주는 징조다. 성장률 목표치를 과감히 조정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성장에 집착하는 것은 성공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그 부작용이 적잖다. 특히 대운하 건설 등 대형 건설사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생각은 말아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경기 부양에 조금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물가 불안 등의 부작용을 불러 경제를 더욱 피폐하게 만들 수 있다.
환율 상승으로 득을 보겠다는 미련도 버려야 한다. 최근의 원-달러 환율 급등세는 다양한 요인 때문이지만 정부의 묵인도 한몫 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환율 상승으로 수출을 늘리고, 이를 통해 경상수지도 개선해 보겠다는 속셈이 엿보인다.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몇몇 수출 대기업들이야 환율 상승의 혜택을 볼지 모르지만 수입물가 상승 등으로 국내 물가는 상승하고 내수는 망가진다.
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정부가 나선다고 어려운 상황을 완전히 돌파하기는 불가능하다. 어려울 때는 어려운 상황을 인정하고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 한다. ‘경제 대통령’을 내걸고 집권했다고 성장·물가·국제수지 등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나서는 것은 만용이다.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은 역시 물가 안정이다. 경기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면서 서민생활에 미치는 타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통화당국도 유동성 관리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물가를 잡지 못하면 정부·기업·가계 등 경제 주체 두루 오래도록 큰 고통을 겪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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