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16 19:58
수정 : 2008.03.16 19:58
사설
민주노동당에서 갈라져 나온 인사들이 주축이 된 진보신당이 어제 닻을 올렸다. 평등과 생태·평화·연대를 깃발로 내건 진보신당의 출범에 축하를 보낸다. 그러나 마냥 축하만 하기엔 지금 진보 진영이 마주한 정치 현실이 엄혹하다. 가뜩이나 강한 보수 성향의 한나라당 압승이 예상되는 4월 총선을 눈앞에 두고, 진보 진영이 둘로 갈라져 선거에 나서는 걸 바라보는 국민 마음은 그리 밝지 않다.
이제 진보 진영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서로 국민의 지지를 구하는 경쟁 시기로 접어들었다. 진보 진영 스스로 단일한 대오를 갖추지 못한다면, 결국 어느 쪽이 옳았는지는 국민 지지로 판가름날 수밖에 없다. 국민 지지를 얻기 위해, 그리고 진보 영역을 넓히기 위해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은 원칙 있는 경쟁을 벌여나가길 바란다.
앞으로 ‘종북주의’나 ‘패권주의’를 둘러싼 논쟁이 또다시 전면에 등장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갈라서면서 서로 퍼부었던 감정적인 언사들을 국민 앞에서 되풀이해선 안 된다. 두 진보 정당은 국민에게 어떤 ‘진보의 가치’를 내보일 것인가를 놓고, 국민과 누가 더 소통을 잘할 수 있는지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여야 한다. 또한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뚜렷해지는 사회 곳곳의 강경보수 회귀 움직임에 맞서, 두 정당은 함께 싸우고 손을 잡는 데 인색해선 안 된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최근 두 정당의 일선 조직들이 여러 지역구에서 암묵적인 ‘총선 공조’를 이루려고 애쓰는 점에 주목한다. 울산 동구에선 민주노동당에서 탈당해 진보신당에 합류한 노옥희 위원장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민주노동당의 김종훈 위원장이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울산 북구에서도 비슷한 ‘후보 단일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이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투표에선 서로 겨루더라도, 지역구에선 될수록 힘을 한데 모아 한 사람이라도 더 국회에 진출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이런 움직임이 장차 새로운 통합의 씨앗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의 정치 상황은 이제 막 닻을 올린 진보신당뿐 아니라 민주노동당엔 커다란 도전이다. 진보는 ‘분열’해서 망하는 게 아니라, ‘분화’를 통해서 더 강하고 더 큰 진보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두 정당은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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