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17 20:11
수정 : 2008.03.17 20:11
사설
미국발 금융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주가는 곤두박질치는 등 금융시장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홍콩, 일본 등 아시아 증시도 동반 폭락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달러 약세 속에 원화값이 뚝 떨어져 환율이 경제운용에 대형 악재로 떠올랐다.
미국 금융당국이 위기를 진화하기 위해 투자은행에도 재할인 창구의 접근을 허용하는 등 초강력 긴급 유동성 공급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진원지인 미국 5대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에 이어 4위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도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주가가 폭락하는 등 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신뢰가 단기간에 근본적으로 회복되지 않으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의 대책을 보면 답답하다. 우선 현재의 위기 국면을 보는 인식이 너무 안일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주말 장차관 워크숖에서 “오일 쇼크 이후 최대 위기가 오는 것 같다”고 말했지만 긴밀하고 기민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비상 대응 시스템이 꾸려지고 작동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처에 한계가 있지만 공황 상태에 가까운 증시나 외환시장 동향을 고려할 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다각적인 비상계획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미국은 조지 부시 대통령 주재로 17일 긴급 금융위기 대책회의를 여는 등 당국이 발벗고 나섰다.
환율 급등으로 수입 비중이 크거나 외화 대출 비중이 큰 기업들도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오일 쇼크 수준의 고유가와 맞물려 국내 물가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미 2월 원화 기준 수입물가는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22.2%나 상승해 9년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의 환율 급상승은 경상수지 적자, 외국인 주식 매도, 외국인 배당금 지급 등으로 달러 수요가 많아져 나타난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원-달러 환율이 빨리 올라가는 것은 환율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 명확하지 않아 기대가 한쪽으로 몰리는 탓도 크다. 시장에서는 환율 급등에 투기세력이 붙었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에 전력을 쏟아야 하며, 무엇보다 실기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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