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19 19:30
수정 : 2008.03.19 19:30
사설
검찰과 경찰이 한입으로 ‘법질서 확립’을 강조하고 나섰다. 법무부는 어제 이명박 대통령에게 법질서 확립과 경제 살리기에 역점을 두겠다고 보고했다. 경찰도 법질서 확립기조가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생치안도 말하곤 있지만, 시국치안에 온통 기울어진 모양새다.
정부의 이런 자세는 매우 위험하다. 법무부는 불법 집회나 정치파업에 대해선 초기부터 적극 개입해 가담자를 끝까지 추적·엄벌하겠다고 밝혔다. 그 과정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해선 책임을 면해주겠다고도 했다. 경찰은 이미 시위현장 체포전담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5공 때의 ‘백골단’을 연상시킨다.
한묶음으로 보면, 20여년 전의 강경대응이다. 과잉 진압 등 경찰력 남용과 그로 말미암은 불상사, 이에 대한 항의로 대치가 격화되던 그때의 악순환도 재연될 것이 뻔하다. 그 고리를 끊은 민주화 20년 만에 다시 옛 수렁으로 되돌아가겠다니, 역사에 눈 감는 그 무모함이 안타깝다. 이런 식의 대응이 한반도 대운하 등 여러 현안에서 반대론의 입을 틀어막는 수단이 될 수 있으니 더욱 걱정이다. 헌법상의 집회·시위 및 의사표현의 자유까지 위태롭게 된다.
더한 걱정은 이들 대책이 주로 노동자들을 겨냥한다는 점이다. 대규모 불법파업엔 고소·고발이 없어도 검찰권을 행사하고, 회사 쪽이 노동자들한테 손해배상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형사재판 때 손해배상 책임도 함께 판결하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는 방침 따위가 그렇다. 그렇지 않아도 수배와 구속, 그리고 거액 손해배상 소송 탓에 여러 노조가 힘을 잃은 터이다. 정부 방침대로 되면 노조 활동은 더욱 위축될 것이다. 정부는 한편으론 각종 위법행위에 대한 회사의 형사책임을 완화하는 등 ‘기업 친화적’ 법정비에 나서기로 했다. 한쪽은 다잡고 다른 쪽은 편드는 꼴이니, 노사 관계의 왜곡과 갈등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시국치안에 열중하다 보면 민생치안은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노조를 감시하고 파업 참가자들을 잡으러 다닐 경찰력이, 바로 아이들과 여성들의 밤길을 지킬 그 경찰들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조직 수뇌부가 시국치안에 관심을 둔다면, 일선 경찰도 그쪽에 치중하게 된다. 입으로만, 그것도 덧붙이듯 민생치안을 말한다고 해서 시민들의 불안이 씻겨지진 않는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방향을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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