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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19 19:31 수정 : 2008.03.19 19:31

사설

‘경제 살리기’를 내걸고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부터 혼란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위기타령을 하지 않나, 시장경쟁을 강조하면서 물가관리를 하겠다고 나서지 않나,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대통령이 기업 최고경영자처럼 걸러지지 않은 지시를 불쑥불쑥 해대니 경제부처는 눈치보기에 바쁘다. 대통령이 너무 마음이 급하거나 기업경영과 국가경영을 동일시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이 대통령이 지시한 ‘50개 생필품 물가관리’는 어설픈 정부통제가 되기 십상이다. 딱히 생필품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선정하는 것도 쉽지 않고, 시장이 자유화된 상황에서 물가를 관리한다는 것은 더 어려운 문제다. 정부가 물가에 직접 개입하면 가격이 왜곡되고 더 큰 후유증이 빚어질 수 있다. 공무원들도 혼란스러워한다.

일선에서 우선순위를 헷갈려하고 실효성에서 확신을 하지 못하는 정책이라면 성공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실무자들이나 할 법한 아이디어 수준의 세부 정책까지 지시하는 것도 격에 맞지 않다. 얼마 전에는 대통령이 하루 통행 차량이 220대뿐인 톨게이트를 ‘비실용적’ 사례로 언급하는 바람에 도로공사가 전국의 톨게이트 통행량을 조사한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의 경제 상태를 두고 ‘위기의 시작’이라며 위기감을 확산시킬 수 있는 발언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시장에 뜻하지 않은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를 비롯한 경제 주체에 경각심을 주려는 뜻이겠지만, 자칫 선거를 의식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경제팀이 중심을 잡고 제구실을 하는지도 의문스럽다. 경제팀 수장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환율이 외환위기 뒤 사상 최대폭으로 폭등하는데도 꿈쩍 않다가 다음날 이 대통령이 환율 동향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자 부랴부랴 긴급 금융시장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에 나섰다. 대통령 눈치를 보고 움직이면 한 발 늦다.

출범 초부터 원자재값 상승과 미국발 금융불안으로 대외여건이 나빠져 이 대통령의 마음이 바쁜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럴수록 단기 대증요법에 기댈 것이 아니라 체질을 강화하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근원 처방에 주력해야 한다. 진정한 리더십은 위기 때 빛난다. 차분하고 신중한 처방을 제시함으로써 경제 안정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고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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