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19 19:32
수정 : 2008.03.19 19:32
사설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겠다는 결정은 내 임기 초반 올바른 결정이었다. 내가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이 순간에도 올바른 결정이고, 영원히 올바른 결정일 것이다. … 자유는 신이 모든 인류에게 주는 선물이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라크를 침공한 지 오늘로 다섯 돌이 되지만 조지 부시 대통령의 태도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그는 최근 연설에서도 이라크 침공의 정당성과 민주주의 확산론을 강변했다. 미국이 신의 뜻을 실현하고 있다는 주장도 빠뜨리지 않았다.
아무리 낮춰 잡아도 지난 5년 동안 이라크인 수십만명이 숨졌다. 100만명이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4천명 수준인 미군 사망자 수의 100~200배가 넘는 규모다. 고향을 떠나 떠도는 이라크인도 전체 인구의 20%에 이른다. 미국의 전쟁 비용도 엄청나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전 세계은행 부총재 등이 최근 펴낸 <3조달러 전쟁>은 이자와 사회비용 등을 합친 미국의 전비 지출이 3조달러를 넘을 것으로 계산했다. 중동 정세는 훨씬 더 불안해졌고, 침공 당시 배럴당 20달러대 중반이던 국제유가는 100달러를 돌파했다. 이런 어리석고 광기 어린 전쟁이 또 있을까 싶다.
모든 책임은 부시 행정부에 있다. 부시 행정부는 침공 명분으로 삼았던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개발·보유설이 거짓으로 드러나자 중동 민주화론으로 점령을 합리화하려 했다. 중동 지배와 석유 장악을 위한 제국주의적 기획을 민주주의 확산으로 포장한 것이다. 이 또한 중동 여러 나라를 비롯한 지구촌의 거센 반발에 부닥치자 얼마 전부터는 대안부재론을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일부 인정하지만 미군이 철수하면 사태가 더 나빠질 터이므로 점령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협박이다. 부시 행정부는 2006년 말 초당파 기구인 이라크연구그룹이 내놓은 외교노력 강화 제안을 거부할 때도 이런 논리에 기댔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침공 반성은 물론이고 전쟁을 마무리할 의도도 능력도 없음이 분명하다. 미국의 정권교체만이 이라크 사태를 풀 수 있는 것 같은 상황이다.
딱한 것은 한-미 동맹 강화와 현지 이권 확보를 주장하며 파병을 계속 중인 한국 정부다. 야만의 전쟁에 동참하는 대가로 실리를 챙기겠다는 이런 태도는 국익 추구도 실용주의도 아니다. 나라가 커질수록 떳떳하고 책임 있게 행동해야 그에 걸맞은 국제적 위상과 대가가 따라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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