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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20 19:38 수정 : 2008.03.20 19:38

사설

어제 업무보고에서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명박 정부가 공언해 온 교육의 시장화 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대부분 알려진 것들이지만, 오는 10월부터 학교별 학력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한 게 새롭다. 전국의 초·중·고를 학력에 따라 줄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이는 교원평가 강행, 자율형 사립고와 기숙형 공립학교 신설, 일제고사 확대, 대학입시 자율화 등과 함께 경쟁 교육을 확고히할 장치다.

학력 공개는 지난해 교육정보 공시제를 뼈대로 하는 교육기관 정보공개법이 제정될 때 논란이 됐던 사안이다. 교육 프로그램, 급식, 안전, 학교 폭력, 따돌림, 예산, 교사 현황 등 학교기관의 정보를 모두 공개해, 학교 사회가 더욱 분발하도록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도입에는 이론이 없었다. 다만 학력 정보만큼은 득보다 부작용이 클 것으로 판단해 정부는 공개 대상에서 제외했다. 학교 서열화, 고교 등급제 부활, 사교육 극성 등을 우려한 것이다. 당시 한나라당은 가장 중요한 학력 정보를 제외한다면 정보 공시제의 의미가 없다며 반발했다.

학력 공개는 일부의 주장처럼 학생의 문제풀이 실력(학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태만한 교장·교원들을 분발시키는 자극제 구실도 기대된다. 문제는 치명적인 부작용이다. 먼저 예상할 수 있는 것은 학교 교육의 왜곡이다. 학력 경쟁, 특히 주요 과목 학력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학교마다 몇몇 과목의 문제풀이 교육에 집중하게 된다. 다른 교과목은 희생되고,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교육, 덕성을 함양하는 전인교육은 실종된다.

학생의 과도한 학습 부담도 예상할 수 있다. 학교간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학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학생들을 들볶는 것밖에 없다. 학생들은 0교시 수업, 보충 수업 등의 중압감에 시달릴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건 학교 등급제의 현실화다. 공개된 학교의 학력차를 학생 선발에 이용하지 않을 대학은 없다. 선배의 성적으로 후배가 규정되는 부조리를 떠나, 교육 여건이 나쁜 지역과 학교의 학생은 더욱 따돌림을 받게 된다. 이들의 잠재력은 외면당한다.

교육에 경쟁 요소를 도입할 순 있다. 그러나 교육의 목적을 훼손하는 수준이 되어선 안 된다. 일제고사에 이은 학력 공개는 대학입시와 연결돼 학교 교육을 질식시키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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