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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21 20:29 수정 : 2008.03.22 15:19

사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 의원의 공천 반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수도권 소장파 핵심인 남경필 의원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용갑 의원이 제기한 비판의 요지는 똑같다. 이 의원 공천은 “원칙과 기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영남 현역의원 물갈이가 나름의 명분을 갖추려면, 먼저 5선의 최고령인 이상득 의원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이 의원이 문제가 되는 건, 단순히 공천기준 때문만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의 친형인 그에게 권력이 쏠리는 현상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의원은 청와대와 내각 인선을 주도했을 뿐 아니라, 이방호 사무총장과 함께 한나라당 공천작업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익명을 요청한 수도권의 한나라당 의원은 “당·정·청 전반에서 힘이 이상득 의원에게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전적으로 옳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남경필 의원 등의 공개적인 문제제기 배경엔 이에 대한 당내의 광범위한 우려가 깔려 있는 게 사실이다. 이 의원 쪽에선, 그가 원내에 남아 있는 게 계파 갈등을 완화하고 중재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보다는 이 의원 자신이 또다른 계파 갈등의 핵이 되리라고 보는 시각이 더 많다.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연줄을 향해 사람들이 몰려드는 게 권력의 속성이다. 그런 속성에서 이 의원만 초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공천 과정을 거치며 “이재오 의원이 이상득 의원의 견제로 날개가 꺾였다”느니 “강재섭 대표와 이상득 의원이 손을 잡았다”느니 하는 말들이 당내에선 설득력 있게 돌아다닌다. 대통령의 형이 현직 국회의원으로 있는 한, 그는 항상 권력투쟁과 각종 의혹의 한가운데 서 있을 수밖에 없다. 벌써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오는데, 이 의원이 최다선으로 국회에 진출한 이후엔 얼마나 많은 잡음들이 터져나오겠는가.

우리 현대사에선 권력에 가까이 있던 친인척들이 각종 권력형 비리에 연루되거나 권력을 농단함으로써 대통령에게 어떤 부담을 줬는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상득 의원은 스스로 물러나는 게 옳다. 그렇지 않으면 이명박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핏줄과 정치적 순리 가운데 하나를 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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