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21 20:30
수정 : 2008.03.21 20:30
사설
오늘은 수질오염과 물 부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촉구하는 뜻에서 유엔이 제정한 ‘물의 날’이다. 올해로 16년째이건만, 인류의 40%인 26억명은 아직도 오염된 물을 식수로 사용하며, 이로 말미암아 매년 어린이 20여만명이 숨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비롯된 집중호우와 가뭄 등은 인류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물 정책은 계속 뒷걸음질하고 있다. 구미와 대구에서 발생한 수돗물 공급 중단 사태는 상징적이다. 낙동강 상수원에 페놀·포르말린 같은 유독물질이 대량 유입된 결과였다. 화학공장 화재 때 유독물질 유출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이를 감시하고 차단할 장치조차 없었다. 이런 사고를 경험하고도 환경부는 어제 업무보고에서 공장이 들어설 수 있도록 상수원 보호구역의 규제를 대폭 풀겠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 경기도 남양주의 경우 규제대상 지역이 75%에서 30%로 줄어든다. 2300만 시민이 마시는 상수원의 유독물질 오염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졌다.
환경부는 또 수돗물 사업의 민간위탁을 공언했다. 공공기관이 관장할 때도 상수원수와 수돗물의 관리가 허술했는데, 이윤만 추구하는 민간업자가 사업을 맡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자명하다. 이미 민영화한 외국의 경우, 물값은 급등하고 그 질은 추락하는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아직도 농어촌 마을의 절반은 수돗물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들은 앞으로도 수돗물 공급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어떤 민간업자가 오지에 수돗물을 공급하고, 어떤 농어민이 그 비싼 값에 수돗물을 사 먹을까.
최악의 문제는 한반도 대운하다. 큰 배가 다니려면 강을 깊게 파고 둑과 보를 쌓아 물을 가두어야 한다. 그러나 제 아무리 둑을 높여도, 집중호우가 몰아치면 범람은 피할 수 없다. 기후변화로 이런 집중호우는 더욱 잦아질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적대로 기상청엔 기습폭우를 예보할 능력도 없으니,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둔 물에 유독물질이 유입되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구미·대구 사태와는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장기간 수돗물 공급은 중단될 것이다.
상수원 규제완화, 수돗물 민영화, 대운하 따위는 손쉬운 돈벌이 구상에서 나왔다. 물이 우리의 생명임을 인정한다면, 생명을 돈과 바꾸는 일이다.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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