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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23 20:33 수정 : 2008.03.23 20:33

사설

총선을 코앞에 두고 여당인 한나라당이 시끄럽다. 당내 비주류의 좌장인 박근혜 전 대표는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공천 파동과 관련해 “당 개혁 후퇴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강재섭 대표의 퇴진을 요구했다. 한나라당 수도권 출마 후보 수십 명도 “퇴색된 개혁 공천”에 대한 당 지도부의 사과와 함께 이상득 국회 부의장의 불출마와 국정 관여 중단을 요구했다.

특히 박 전 대표의 기자회견은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직접 이름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당권-대권 분리가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 공천은) 경선에서 지면 끝이라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 대통령과 청와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심지어 “권력이 정의를 이길 수 없다”고도 했다. 단순히 강 대표의 퇴진이 목표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러나 당 지도부나 청와대는 이번 공천을 ‘공정한 개혁 공천’이라고 성격을 규정한 바 있다. 한나라당의 내홍이 심상치 않을 것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박 전 대표는 공천에 대한 불만 표출에 머물지 않고,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을 사실상 지지하고 나섰다. 즉 ‘친박연대’나 무소속 후보들을 “억울하게 당한 분들”이라며 “잘되기를 바란다” “건투를 빈다”고 말한 것이다. 선거에서 당선된 뒤 한나라당에 다시 들어와 ‘이 대통령 추종세력을 응징하고 박 전 대표를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는 사람들을 지지하고 나선 것은 이 대통령과 맞설 생각이 없고서는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그동안 무원칙하게 공천권을 휘둘러 친박근혜계 인사는 대거 떨어뜨리고 그 자리를 친이명박계 인사로 채운 당 지도부의 전횡에 있음은 명백하다. 오죽하면 박 전 대표가 선거를 앞두고 당에 큰 부담을 안길 수 있는 기자회견을 했겠는가. 그러나 박 전 대표 역시 정당정치 발전에 역행하는 친박연대를 지지하는 등 개인적 이해관계에 집착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여권이 집권 한달도 안 돼 자기들끼리 주도권 다툼에 몰두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려운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국정운영에 당력을 모으고 야당의 힘을 빌려도 모자랄 판이다. 그럼에도 여당이 벌써부터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어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으니 한심하다. 역대로 이렇게 무책임한 여당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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