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23 20:34
수정 : 2008.03.23 20:34
사설
‘생쥐 머리 새우깡’ ‘칼날 참치’에 이어 옥수수 가루와 즉석밥에서 곰팡이로 보이는 이물질이 또 검출됐다. 믿고 먹을 게 없다는 시민들의 분통이 터져나올 만하다.
지난해에는 대표적인 웰빙 식품인 녹차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돼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2006년에는 유명 유업계 제품에서 영유아에게 패혈증과 뇌수막염을 일으킬 수 있는 대장균의 일종인 사카자키균이 검출돼 전량 회수된 적이 있다. 연례행사처럼 식품위생 사고가 계속되는 것은 기업들의 안이한 인식과 관리당국의 미온적 자세가 바뀌지 않은 탓이다.
농심은 노래방 새우깡에서 생쥐 머리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나온 사실을 알고도 한 달 동안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이물질을 제보한 시민에게 라면 3상자와 보상금 50만원을 주고 사태를 덮으려 했다. 동원에프앤비(F&B)도 참치캔 안 칼날을 신고한 소비자에게 참치 선물세트를 줘서 사태를 무마하려 했다. 국민 건강은 뒷전이고 어떻게든 사태 수습에만 급급해 배신감을 갖게 한다. 대기업인 이들 업체가 이렇다면 다른 업체들 역시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농심은 원가절감을 위해 제조 공정 대부분을 중국으로 옮긴 뒤 불량 제품으로 인한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았고, 한국소비자연맹에 접수된 신고 건수에서도 단연 앞섰다고 한다. 그런데도 원인을 진단하거나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하니 예견된 사고가 터진 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역시 관리·감독에 소홀하지 않았더라면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이물질이 나왔는데도 이처럼 쉬쉬하거나 고발한 사람에게 해당 제품을 얹어주는 식으로 무마하려는 안이한 대응은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선진국의 경우 식품에서 이물질이 검출되면 엄격한 제조물책임법의 적용을 받는데다 한꺼번에 신뢰를 잃어 기업이 망하기도 한다. 때문에 품질과 안전 관리에 철저하고, 문제 소지가 있으면 리콜 등으로 적극 대응한다. 우리 식품위생 기업들도 마땅히 높은 수준의 책임의식과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보건당국은 소비자 불만이 접수됐을 때 식품업체들이 이를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바란다. 먹을거리를 갖고 속이는 업체는 발붙일 수 없도록 관련 기관·단체들은 업체 감시와 소비자 권익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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