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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23 20:35 수정 : 2008.03.23 23:16

사설

총선을 앞두고 여권이 극심한 내분을 겪고 있다. 당내 비주류의 좌장인 박근혜 전 대표는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공천 파동과 관련해 “당 개혁 후퇴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강재섭 대표의 퇴진을 요구했다. 한나라당 총선 출마자 50여명도 “퇴색된 개혁 공천”에 대한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사과와 함께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불출마 및 국정개입 중단 등을 요구했다. 강 대표가 저녁 늦게 “솔선수범하는 차원에서 이번 총선에 나서지 않겠다”며 불출마를 전격적으로 선언했지만, 여권의 내홍이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그 바탕에는 이명박 대통령 쪽과 박 전 대표 쪽 간의 뿌리 깊은 불신, 주류 내부에서의 국정주도권 다툼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우선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에 맞서 싸울 뜻을 분명히 했다.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당권-대권 분리가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 공천은) 경선에서 지면 끝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권력이 정의를 이길 수 없다”며 이 대통령과 청와대를 겨냥했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주축이 된 ‘친박연대’나 무소속 후보들에 대해 “잘되기를 바란다”고 한 것도 장기적인 ‘반이명박 투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선 패배에 승복한 뒤 대선 때 이 대통령을 전적으로 도왔던 박 전 대표로서는 엄청난 태도 변화다.

선거 직전에 여당 지도자가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다른 당 후보를 돕겠다고 한 것은 정당 정치 발전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일차적 원인이 이 대통령의 독선적인 국정 운영과 무리한 당 장악 시도 등에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인수위 때부터 영어 몰입교육 등 설익은 정책을 내놓은 데 이어 조각 때는 “일만 잘하면 된다”며 부도덕한 사람들을 장관 등에 기용했다. 지금도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최시중씨나 김성호씨를 방통위원장과 국정원장에 각각 밀어붙이려고 하고 있다. 오죽하면 대통령과 가까운 총선 후보들까지 이 부의장 퇴진과 청와대 관계자 문책 등을 요구하고 나섰겠는가.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와 총선 출마자들의 말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국민을 섬기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이 부의장을 사퇴시키고 청와대·내각을 쇄신해야 한다. 지금 ‘자기 희생’을 해야 할 사람은 강 대표가 아니라 이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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