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24 02:08
수정 : 2008.03.24 02:08
사설
그제 치러진 대만 총통(대통령) 선거에서 야당인 국민당의 마잉주 후보가 압승을 거뒀다. 이 나라는 2000년에 이어 다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룸으로써 성숙한 민주 역량을 과시했다. 민주진보당의 천수이볜 총통은 총통 직선제가 처음 실시된 지 4년 만인 2000년 선거에서 이겨 국민당의 반세기 장기집권을 종식시킨 뒤 2004년 재선된 바 있다.
마잉주 후보의 승리는 국민들이 무리한 독립 추구보다는 경제를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만 경제는 천수이볜 집권 이전 8년간 연평균 6.5%씩 성장했으나 이후 8년 동안엔 4.1%로 떨어졌다. 천 총통의 대만 독립 노선으로 양안(중국-대만) 관계가 나빠지면서 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여기에다 천 총통의 미숙한 국정운영과 친·인척 및 측근들의 부패 추문이 겹치면서 일찍부터 민진당의 패배가 점쳐졌다.
국민당의 재집권은 앞으로 양안 관계는 물론 동아시아 경제 구도에도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듯하다. 마 후보가 중국과의 공동시장 형성을 공언하고 있는데다 중국도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양안 관계는 최대 현안인 직항·교역·서신왕래 등 3통 실현부터 시작해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획기적 전기를 맞을 전망이다. 물자와 사람이 훨씬 자유롭게 오가고 대만 자본이 활기 있게 중국에 투자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운송·여행·은행·부동산 등을 중심으로 대만의 내수 성장이, 중장기적으로는 양안 사이 새로운 생산 분업 체제 형성이 예상된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중화권 경제가 새롭게 재편되는 모양새다.
마 후보의 집권으로 양안간 통일 문제도 새 틀을 짤 여유를 갖게 됐다. 민진당 집권 기간 동안 통일 관련 논의는 사실상 끊긴 상태였다. 마 후보 역시 ‘통일도 안 하고, 독립도 안 하고, 무력도 동원하지 않는’ 3불 정책을 내세우며 통일 문제를 미래의 과제로 삼고 있다. 하지만 국민당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이고 있는 이상 통일 논의를 무작정 미룰 수만은 없다. 비전과 균형감각이 함께 국민당 정권에 요구되는 까닭이다.
대만의 정권교체는 우리나라에 도전이자 기회다. 양안 관계 안정은 동아시아 평화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데 유리한 조건이 된다. 반면 양안간 경제통합에 잘 대처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이른바 ‘중국 효과’의 상당 부분을 잃어버릴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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