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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24 20:31 수정 : 2008.03.24 20:31

사설

흡사 정권 말기를 보는 듯하다. 요즘 벌어지는 집권여당 내부의 극심한 권력투쟁 양상을 보면, 이게 출범한 지 한달밖에 안 된 새 정부의 집권여당 모습인지 의문스러울 정도다. 한나라당의 수도권 총선 출마자들이 ‘개혁공천 퇴색’을 내세워 집단으로 청와대에 사과를 요구한 건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그들은 말이 청와대지,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집권여당이 공공연히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선 덴 우선 이 대통령 자신의 책임이 크다. 이 대통령은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공천과정 개입에 대한 여론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의 총선 출마를 수수방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무리 형이라지만 특정인의 출마 문제에 대통령이 개입할 수 있겠느냐는 주장은 일면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이 용인하지 않고서야 친형이 저렇게 출마를 강행하겠느냐고 보는 시각이 훨씬 많다.

더욱 우려스러운 건 집권여당의 행태다. 집권여당은 새 정부에 거는 국민의 기대를 봐서라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효율적으로 뒷받침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당연하다. 지금 한나라당에선 이런 모습을 찾기 어렵다. 당의 주축이라고 할 인사들은 권력다툼에만 몰두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자신들의 정략적 이익에 도움이 되면 당 밖 인사들에게 우호적인 미소를 보내거나, 대통령 측근이라는 사람들이 오히려 대통령 발목을 잡는 일도 서슴지 않을 태세다.

박근혜 전 대표와 강재섭 대표, 이상득 국회부의장, 이재오 의원은 모두 정치적 발언과 행동을 하면서 나름의 이유와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이런 ‘명분’을 한꺼풀 벗기고 나면, 그 속에 남는 건 소계파주의일 뿐이다. 정권 획득 이후 자기 세력을 극대화하려는 계산들이, ‘공천’이란 과정을 통해 권력다툼으로 비화하고 있는 것이다. 집권여당이 정권 출범 초기에 이렇듯 내부 투쟁에만 골몰한 사례도 우리 정치사에서 찾기 어렵다.

이러한 집권여당의 권력다툼을 보면, 지난 10년 동안 국민에게 ‘정권 교체’를 호소했던 결과가 고작 이런 것이었나 하는 허탈한 생각이 들 뿐이다. 또, 이런 정부와 집권여당이 과연 경제 활성화와 국민 통합 같은 산적한 난제들을 해결할 국정수행 능력과 비전, 그리고 리더십을 갖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더는 국민을 실망시키기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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