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25 20:07
수정 : 2008.03.25 20:07
사설
강원도 정선에서 김택기 한나라당 예비후보가 선거참모에게 현금 다발을 건네는 현장이 선관위 직원에게 적발됐다. 18대 총선이 ‘돈선거 파문’과 함께 막이 오른 셈이다. 김 후보는 스스로 공천 자격을 반납했고 한나라당도 곧바로 후보를 바꾸었다. 구차한 변명 없이 후보를 교체한 건 다행이지만, 김택기 후보의 사퇴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검찰과 경찰은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들의 혐의가 드러나면 모두 엄중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은 총선에서 금품 살포 행위가 여전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시민의식의 향상과 엄격한 법 적용에 힘입어 선거 분위기가 깨끗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긴 하지만, 지방 소읍으로 갈수록 개인 인연에 따른 금품 살포가 온존하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12월의 경북 청도군수 재선거에선 돈봉투가 횡행해, 선거가 끝난 뒤 인구 4만6천여명의 작은 지역에서 무려 40여명이 구속되고 1천여명이 불구속 입건되는 충격적인 일까지 벌어졌다.
이번 총선은 여야 모두 극심한 공천 파동을 겪은데다 공천 탈락자들의 신당 합류나 무소속 출마가 많아, 그 어느 때보다 지역구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당연히 불법·탈법 선거운동의 유혹도 커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지난 24일 전국 공안부장 회의에서 “사회 법질서를 바로 세우려면 그 첫단추인 총선을 깨끗하고 공정히 치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말이 빈말이 되지 않도록, 검찰은 엄정하고 또 공정하게 각종 불법·탈법 행위들을 철저히 감시하고 수사하길 바란다.
금권선거 못잖게 우려되는 부분이 관권의 선거 개입이다. 지난번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수도권 기초단체장을 싹쓸이한 뒤, 이번 총선에서 기초단체장들이 은근히 한나라당 후보를 돕고 있다는 항변을 야당 후보자들은 많이 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선관위와 검찰의 집중적인 감시가 필요하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지방을 돌며 부처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총선 개입’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과 행동을 어느 선까지 용인해야 하는지를 두고서는 논란이 있지만, 선거 시기엔 대통령 스스로 행동을 조심하는 게 옳다. 현정부와 한나라당이 야당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 개입’ 문제를 줄기차게 제기해 왔던 점에 비춰 보면 더욱 그렇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