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27 19:32
수정 : 2008.03.27 19:32
사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노골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나섰다. 강 장관은 엊그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2.75%포인트까지 벌어졌는데, 뭐든지 과유불급”이라며 “금리정책은 중앙은행 소관이지만 환율과 경상수지 적자 추이를 감안할 때 어느 길로 가야 할지도 자명하다”고 말했다. 환율 상승을 용인하는 발언을 해온 데 이어 금리 인하를 거론한 의도는 분명하다. 어떻게든 수출과 투자를 늘려 경제성장률을 목표치인 6%에 근접시키겠다는 것이다.
여러 차례 지적한 대로 이는 무척 위험한 발상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면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가 올라가는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도 우려된다. 돈을 푼다고 투자가 늘지도 미지수지만 투자 확대로 성장률이 높아져도 물가가 오르면 결국 실질성장률은 보잘 것 없게 된다. 미국과의 금리차로 자금의 급격한 쏠림 현상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는 지레짐작일 뿐이다.
다행히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성장에 주력하는 재정부와 달리 일관된 처방을 내놓고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현재의 물가 상승은 원가 요인이 강하기 때문에 총수요를 관리하는 통화정책으로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이 총재는 최근의 환율 급등에 대해서도 ‘일시적 현상’이라고 진단해 환율 안정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지나친 환율 상승은 수출 산업과 대기업에 보조금을 주고 내수 산업과 중소기업에 비용을 전가하는 격이며, 물가 상승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강 장관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재정부 장관이 갖고 있다며 고압적인 발언까지 했다. 정제되지 않은 발언은 시장에 혼란을 준다. 최중경 재정부 차관까지 가세해 환율과 금리 문제를 언급하는 것도 지나치다. 그 피해는 기업들 몫이다. 엇박자에 혼란스러워하면서 환율 급등락으로 환차손을 보고 있다. 당국은 조율된 정책으로 이런 부작용을 해소해야 하며, 그 방향은 대내외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안정을 택해야 한다.
재정부가 행정력까지 동원해 물가 관리에 나서면서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는 신호를 보내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과유불급’(넘치면 모자란 것보다 못하다)은 성장에 급급해 무리한 경제운용을 꾀하는 강 장관 스스로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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