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3.28 19:45 수정 : 2008.03.28 19:45

사설

공정거래위원회가 어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주요 재벌정책을 폐지 또는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재벌에 대한 규제에서 경쟁 촉진으로 전환하는 것이며, 핵심은 공정경쟁이라고 공정위는 강조한다. 이런 수사는 재벌의 눈높이에서나 나올 수 있는 것으로 실상은 재벌 입맛대로 해주겠다는 것이다.

알려진 대로 재벌은 우리 경제의 큰 동력이지만 각종 부정 비리와 경제력 집중, 불공정 거래 등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시장질서를 해쳐 왔다. 재벌의 이런 문제들을 바로잡고자 출자총액 제한제 같은 재벌정책이 어렵사리 도입돼 운영되고 있다. 재벌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정위가 ‘국제 표준’을 내세우며 재벌정책을 일거에 무력화하는 행태는 옳지 않으며 재고돼야 한다.

공정위는 예고했던 대로 다른 회사에 대한 출자한도를 순자산의 40% 이내로 제한하는 출총제를 상반기까지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위 때 논란이 일자 출총제 폐지에 따른 보완책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따로 내놓지도 않았다. 출총제가 정책 목표에 견줘 너무 포괄적이라면 순환출자 금지 등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공정위는 또 상호출자 및 채무보증 금지 기준을 높이고 지주회사 요건도 크게 완화했다.

출총제가 폐지되면 삼성을 비롯한 기업집단 7곳 소속 25개사가 새로운 분야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기업 인수합병 등으로 몸집을 부풀리는 것도 가능해진다. 문제는 출총제 폐지를 계기로 계열사 순환출자와 상호 채무보증을 제어하는 수단이 없어지고 금산 분리까지 완화되면 특정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재벌을 마음대로 내버려 두면 투자를 잘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출총제 때문에 투자를 못하고 있다는 논리는 근거가 희박하다. 출총제가 폐지됐다가 부활한 2001년 이후 투자가 더 활발했던 게 이를 방증한다. 막강한 경제력을 가진 상위 재벌에 출자 제한이 풀리면, 자금이 자회사 지분을 늘리거나 민영화 공기업을 매수하는 데 쏠릴 수 있다.

재벌 문제는 진행형이다. 삼성에 대한 특검 수사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소유·지배 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투명성을 국제표준 수준으로 높이는 게 우선이다. 이런 문제를 덮어두고 투자 활성화를 빌미로 재벌정책을 무력화하면 시장질서는 왜곡되고 결국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