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30 19:35
수정 : 2008.03.30 19:35
사설
경찰과 국가정보원의 정치사찰이 부활된 듯하다. 지난 25일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전국교수모임’ 출범을 전후해 서울대·충남대·가톨릭대·한남대·목원대·안동대·한국해양대 등의 모임 참여 교수들에게 이들 대학을 담당한다는 경찰 정보과 형사들과 국정원 직원들이 찾아와, 참여 동기와 활동 계획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고 한다. 한두 사람도 아니고 여러 대학의 여러 교수들에게 비슷한 때 같은 일이 벌어졌으니, 상부의 지시와 결정에 따른 조직적 학원사찰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치인과 연관 여부나 정치성향 따위를 따진 것을 보면, 학자적 소신에 따른 대운하 반대 활동에까지 정치공작의 칼날을 들이대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올 법하다. 유신 치하의 1970년대나 5공화국 때인 80년대에 자주 봤던 모습들이니 더욱 섬뜩하다.
공안정국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건 이것만이 아니다. 지난주말엔 야당 지도부의 선거유세 뒤를 경찰 정보과 형사 여럿이 대놓고 쫓아다녔다고 한다. 감시하고 위협하려는 모양새로 비친다. 경찰은 또 지난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등록금문제 해결 촉구 집회에 대해서도, 거리행진 코스 따위는 물론 집회참여 인원까지 멋대로 정하는 등 온갖 간섭과 위협을 했다고 한다. 앞서 행정안전부와 노동부는 체포전담조 투입 등 5공 때보다 강화된 시위·파업 대응방안을 내놓았다. 불법시위가 많이 줄어들고 집회 문화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는, 눈먼 강경책들이다. 사찰기능의 강화와 맞물리면, 곧 공안정국의 부활이 된다. 그러지 않아도 이명박 정부 들어 국정원과 검찰의 대공분야, 경찰의 정보 및 시위진압 분야가 함께 강화되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런 일들이 어디로 귀결될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정권 뜻과 맞지않는 반대론을 봉쇄하려는, 한층 적극적인 시도로 이어질 게다. 그런 시도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지난 수십년 민주화의 역사에서 입증됐다. 경찰이나 정보기관의 물리력과 감시에 의존하는 정치가 더 큰 반발을 불러오고, 애초 기대한 효율은커녕 엄청난 사회적 손실로 이어지는 경험은 유신체제와 ‘5공’으로 충분하다. 더구나 우리 사회는 이미 민주화의 성과 위에 단단히 터잡고 있다. 20여년 전으로 억지로 되돌리려 한다면 더한 갈등만 불러올 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과거로 돌아가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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