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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01 19:40 수정 : 2008.04.01 19:40

사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이 어제 경부 대운하 종착 예정지인 낙동강 하구 을숙도에 도착했다. 굽이굽이 1000리를 흐르며 무수한 생명을 거두고 곡식을 키운 낙동강이 남해와 합치는 곳이다. 한강 임진강이 모여 서해와 한몸이 되는 경기도 김포 애기봉 전망대를 떠난 지 50일 만이다. 순례단은 아득했던 그 여정을 오직 한마음으로 걸었다. ‘산은 산대로 있고, 강물은 강물대로 흐르게 하라.’ 출발할 때의 엄동설한은 어느덧 물 흐르고 꽃 피는 봄날로 바뀌었다.

그동안 순례단은 눈보라와 폭우, 칼바람과 맞서야 했지만, 그 속에서 한 걸음 두 걸음 발을 뗄 때마다 우리 시대의 오만과 탐욕 그리고 물신숭배를 참회했다. 뭇생명이 깃든 강의 평화를 기원했다. 그 지극한 정성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전국 대학교수들의 대운하 반대모임이 꾸려지고, 종교계가 저지운동에 나서는 등 우리 사회의 잠든 양심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세상은 돈과 성공의 광풍에 매여 있는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대운하 발상이 탐욕과 오만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나,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대운하가 거대한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는 경고는 단지 종교적 진단과 예언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최고 속도로 물질적 성장을 이룩했고, 최고의 속도로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이룩했다. 그럼에도 만족은커녕 더 빠른 성장과 더 많은 소득을 위해 살인적인 경쟁과 개발을 재촉했다. 대운하는 그런 풍토에서 탄생한 괴물이었다. 이명박 대통령 등 정치인은 그런 탐욕을 정치적으로 이용했을 뿐이다. 파괴적 결과는 이미 조금씩 현실로 나타난다. 땅값 상승의 기대감은 곳곳에서 주민들의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키고, 공동체를 분열과 충돌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거짓과 위선, 조작과 억압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운하는 자연 재앙에 앞서 공동체에 불치병을 안겨주고 있다.

이제 순례단은 호남운하 예정지인 영산강으로 떠난다. 영산강 하구둑에서 시작해 금강, 한강을 거쳐 다시 서울까지 50일 동안 순례한다. 이들의 화두는 같다. 내 안의 오만과 탐욕 참회다. 싸워서 이기는 게 아니라, 성찰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는 것이다. 그 순례의 길에 온겨레가 마음으로나마 함께하기를 바란다. 그러면 알 게다. 산은 강을 내었으되 강을 타넘지 않고, 강 또한 산을 타고넘는 법이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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