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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03 22:47 수정 : 2008.04.03 22:47

사설

정치발전 진전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우리나라의 정치 발전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 중 하나는 지역주의다. 박정희 정권시절 장기 집권을 위해 끌어들인 이 망국병은 21세기 들어서도 활개치고 있다. 현재 제1당인 통합민주당은 영남의 많은 선거구에서 아예 후보조차 내지 못했고,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손쉽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호남지역에선 여전히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할 상황이다. 전국 정당이라는 주장이 부끄러울 정도다.

기본적으로 지역정당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데다 정치권이 이념이나 색깔로 분화되지 못한 탓이다. 문제는 지역주의가 자칫 더 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정치 지도자들이 앞장서 지역 정서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통 보수를 자임하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행태는 매우 퇴행적이다. 이 총재는 연일 충청지역을 누비면서 “충청인의 자존심을 되찾자” “충청인이 홀대론에서 벗어나 주인론을 펼 수 있도록 충청도 정당에 표를 몰아 달라”고 외치고 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역시 영남에서 연일 지역주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과거의 ‘충청도 핫바지론’과 ‘우리가 남이가?’ 망령을 부활시키느라 안달이다.

정당정치의 뚜렷한 후퇴도 이번 선거의 주요 특징이다. 선거 때마다 정당이 새로 생기고 이름을 바꾸는 것이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당의 공천 탈락자들이 주축이 된 ‘친박연대’라는 일회용 정당의 등장은 해도 너무했다. 오죽 내세울 정책과 노선이 없었으면 당 이름에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을 내걸었을까.

박 의원의 처신도 부적절하다.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으면서 “살아서 돌아오기 바란다”며 엄연히 다른 당 후보자들을 사실상 지지하고 있다. 비록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탈당해서 다른 당을 만든 사람들을 사실상 내놓고 지원하는 것은 ‘원칙 있는’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정당정치를 퇴보시키는 일이다.

낡은 정치인 퇴출, 견제와 균형도 과제


이러한 낡은 정치는 유권자가 몰아내야 한다. 지역주의가 정치판에 발 붙이지 못하도록 하고, 선거용 정당들도 더는 안 된다는 점을 이번에 확실하게 보여준다면 한국정치는 한 단계 더 성숙할 것이다. 낡은 정치인들도 퇴출시켜야 한다. 주관이나 철학 없이 양지만 좇아서 이 당 저 당을 기웃거리는 철새 정치인과 부정·비리에 연루된 사람, 돈으로 표를 사려는 후보는 표로써 심판해야 한다. 정당이 선거 때마다 공천 개혁이니 뭐니 노력을 기울여도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냉철하게 판단하지 않으면 새 정치는 뿌리 내리기 어렵다. 정치 발전이 되고 안 되고는 전적으로 유권자의 손에 달렸다.

이와 함께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다양한 국민을 대표할 수 있도록 정당간의 적절한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여당의 안정론이나 야당의 견제론 모두 일리가 있으며, 최종적으로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국민의 몫이다. 다만, 어떤 상황에서든 지나친 쏠림은 민주주의가 원활하게 작동하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된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해 왔음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동안 비교적 짧은 기간에 우리나라가 민주주의를 크게 진전시켜 왔던 것은 국민이 고비마다 투표를 통해 성숙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위대한 국민의 힘을 증명하는 선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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