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4.03 22:50 수정 : 2008.04.04 00:22

사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엊그제 대운하 건설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시민사회의 활동을 선거법 위반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선거에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활동에는 대운하와 관련된 토론·집회·서명 등 거의 모든 행위가 포함된다. 집권 여당이 가장 기피하는 사안인 대운하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 선관위가 시민사회의 입을 틀어막겠다고 나선 셈이다. 유신이나 5공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다.

게다가 중앙선관위는 바로 사흘 전 경기도 선관위가 위법이 아니라고 한 유권해석을 180도 뒤집으면서까지 이런 해석을 내렸다. 변명은 차마 듣기에도 딱하다. 대운하가 선거 쟁점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불과 사흘 만에 선거 쟁점이 되었다는 것인데, 대운하는 이미 대통령 선거 때부터 가장 예민한 관심사였다. 대한민국 최고의 선거법 전문가들이라 할 사람들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유권해석을 하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 배경이 궁금하다. 시류를 따라 정권과 코드를 맞추려는 것일까.

운하 문제는 선거 쟁점이기 전에 국민적 쟁점이다. 국민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인 것이다. 세금 수십조원이 들어가고, 삶터가 수장되거나 물길이 끊기고, 대홍수에 노출될 수 있으며, 식수 오염이나 식수 부족을 부를 수 있다. 그런 사안에 대해 찬반토론과 서명운동 등을 통해 공론을 모으고 여론을 전달하는 것은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주권행사다. 선거 때문에 제약할 게 아니라, 선거를 제한해서라도 장려해야 할 일이다.

이번 총선에선 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정책 경쟁이 사라졌다. 그로 말미암아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구태들이 기승을 부린다. 선관위라면 정책 토론과 정책 경쟁이 활성화하도록 지원해야 마땅하다. 집권 여당의 손발이 아닌 한, 국민의 주권행사까지 방해하며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시민사회의 논의와 활동마저 봉쇄하려 해선 안 된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