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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04 19:48 수정 : 2008.04.04 19:48

사설

4·9총선, 유권자의 선택 ③

4년 전, 40여년 만에 이뤄진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을 바라보며 느꼈던 신선함은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오롯이 살아 있다. 그때 민주노동당은 지역구 2석, 비례대표 8석을 얻었다. ‘한국 정치에서 진보의 왼쪽 날개가 돋아났다’, ‘우리 사회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는 통로가 열렸다’는 당시 언론의 평가는 진보정당에 대한 기대를 담고 있다.

지난 4년의 진보정당 실험이 성공적이었는지에는 평가가 갈린다. 17대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얻은 표는 16대 대선 때보다 오히려 줄었다. 민주노동당이 시대의 변화에 걸맞은 진보적인 대안을 내고, 국민과 가깝게 호흡했는지에 대해선 비판적 견해가 많다. 최근엔 민주노동당에서 진보신당이 갈라져 나오기까지 했다. 정파주의와 북한에 대한 태도가 주된 이유라고 하나, 서로 ‘진보의 적통’과 ‘새로운 진보’를 내세우며 대립하는 걸 바라보는 마음은 착잡하다. 기반을 확대하기보다 오히려 갉아먹는 듯한 모습에 유권자들은 쉽게 표를 주기가 망설여진다.

그럼에도 진보정당을 외면할 수는 없다. 진보정당의 국회 진출은 계속되고, 확대되는 게 바람직하다. 민주노동당 의원 10명이 17대 국회에서 보여준 활동은 우리 국회에 진보정당의 자리가 왜 필요한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지난 4년 동안 거대 정당이 눈을 돌리지 않는 부분에 민주노동당은 다가섰고, 소외계층의 목소리가 입법과정에 스며들게 하는 데 적지 않은 몫을 했다. 장애인·노인·임산부의 승하차를 쉽게 하는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하고, 고금리·불법 사채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이자제한법 제정을 주도한 게 그런 사례들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줄기차게 제기해 우리 사회의 현안으로 끌어올린 점도 평가할 만하다.

4년 전 진보정당의 국회 진출을 통해, 우리 정치는 비로소 보수와 진보가 함께 어우러지며 정책 경쟁을 벌일 기반을 마련했다. 3공화국 이후 한국 정치를 보수 일변도로 흐르게 했던 이념적 금기, 반공 이데올로기는 민주노동당의 약진과 함께 힘을 잃었다. 민주노동당은 ‘국가 이익’을 내세워 여당과 제1야당이 같은 목소리를 낼 때도 진보적 가치에 근거한 자신만의 목소리를 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운동을 주도한 것이나,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 때 당론으로 파병 반대를 주장한 것은 그런 예다. 적은 의석 탓에 진보적 가치를 정책으로 관철하진 못했지만, 우리 사회의 민감한 현안들에 관한 토론을 활성화하고 다양성을 확대하는 데는 큰 기여를 했다.

사회적 약자, 누군가는 대변해야


지금 진보정당이 맞닥뜨린 현실은 4년 전보다 엄혹하다.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친여 무소속 후보들의 경합이 더 요란스럽고, 진보정당 후보들에겐 언론이 제대로 주목하지 않는다. 진보정당이 둘로 갈라진 탓에 비례대표 의석을 지난번만큼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여론조사를 보면 전국적으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후보 4~5명이 당선권에 다가서는 선전을 펼치고 있다.

건강한 사회를 이루려면 힘없고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누군가는 직접 대변해야 한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 유권자들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를, 그래서 이제 막 싹이 튼 진보정당 실험이 18대 국회에선 더 확대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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