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04 19:55
수정 : 2008.04.04 19:55
사설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 <문화방송> 여기자의 얼굴을 만진 행위를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 의원이 사건 발생 하루 뒤인 그제 공식 사과를 했음에도 사이버 공간에선 오히려 피해자인 여기자와 문화방송, 그리고 정 의원의 행위를 비판한 여성단체에 대한 부당한 폭언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이번 사건처럼 생활 현장에서 일어나는 성희롱 등 각종 성폭력에 얼마나 둔감하고 왜곡된 인식을 가졌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상황을 이렇게 만든 데는 이른바 공인들의 낮은 성 인식과 무분별한 행동도 큰 몫을 했다. <동아일보> 여기자를 성추행했던 최연희 의원,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 편집국장단과 만나 여성 비하적 성적 발언을 서슴없이 했던 이명박 대통령, 그리고 이번 정몽준 의원 사례에서 보듯이 아직도 많은 공직자들은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다.
정 의원도 두 차례 해명에서 “어깨를 툭 치는 순간 본의 아니게 얼굴에 손이 닿았다”거나 “의도하지 않은 신체 접촉”이었다며 성희롱이 아니었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현장 화면을 확인한 문화방송과 노조 등이 이를 거짓말이라고 비판해 파장이 커지자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피곤한 상태에서 김 기자의 오른쪽 뺨을 두 번 건드려 모욕감, 수치심을 느끼게 한 점을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물러섰다.
일방적으로 신체 접촉을 당한 상대가 그로 말미암아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도 계속 부인했던 그는 ‘진심’을 들먹이며 사과했다. 그러나 솔직히 믿기 어렵다. 그는 이제 그 사과가 당장을 모면하기 위한 게 아님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한때 대권에 도전했고, 그 꿈을 여전히 갖고 있는 정치인의 여성에 대한 인식이 그 정도 수준이라면 한국 여성, 나아가 한국 사회의 불행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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