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4.06 19:53 수정 : 2008.04.06 19:53

사설

재계가 직장 내 성희롱 처벌을 완화하고 육아휴직 중 해고에 대한 벌칙을 가볍게 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가 최근 지식경제부에 건의한 ‘경제규제 개혁 과제’ 267건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 직장 보육시설 설치와 장애인 채용 의무를 완화해 달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재계의 도덕 수준을 의심케 하는 지나친 요구라고 할 수밖에 없다.

성희롱 처벌이 기업 활동에 걸림돌이 된다는 발상은 이해할 수 없다. 성희롱 근절은 양성평등과 인권의 견지에서 기업을 떠나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목표다. 직장 내 성희롱은 법적 구제 절차가 마련된 지 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피해 사실을 밝힌 성희롱 피해자가 직장을 떠나게 되는 상황은 여전하다. 피해자가 부당 해고뿐만 아니라 소속 기관과 동료·상사 등으로부터 철저한 고립과 소외를 각오하지 않으면 쉽게 문제를 제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처벌 완화를 요구할 게 아니라 이런 현실을 바로잡을 생각을 해야 한다.

육아휴직 중 해고에 대한 벌칙 완화, 직장 보육시설 설치 의무 완화, 장애인 채용 의무 완화 요구도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와 인권, 모성 보호를 외면한 처사다. 육아휴직과 보육시설은 저출산 고령화라는 심각한 사회적 부담을 기업이 일정 부분 분담한다는 의미도 있다.

재계는 또 상속세가 너무 높고 그로 인해 경영권을 위협받는다며 상속세 폐지를 요구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과세 체계나 세율은 외국에 비해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다. 또 정부는 지난해 세제 개편을 통해 가업을 상속해 15년 동안 유지하면 최대 30억원까지 공제하는 방향으로 상속세 공제폭을 크게 높였다. 경영권과 재산권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 전근대적 사고방식이 문제다.

수도권 규제 완화 등 직접적인 이해가 걸린 요구는 단골 메뉴인 만큼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재계가 사회 일반의 인권 의식과 도덕 수준을 밑도는 요구까지 쏟아내는 것은 실망스럽다.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 5단체가 최근 기업활동 위축을 우려하며 삼성 특검을 일찍 끝내라고 주장한 것도 적절치 않은 처사였다.

공정 경쟁을 강화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과 생존력을 높인다. 재계가 ‘비즈니스 프렌들리’에 편승해 자기 몫 챙기기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다간 역풍을 만날 수 있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