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07 19:40
수정 : 2008.04.07 19:40
사설
총선을 앞둔 요즈음 이명박 정부의 모습을 보면 마치 3공화국과 5공화국 때 독재정권 시절로 되돌아 간 듯하다. 선심성 정책을 선거 직전에 발표하고, 장·차관 등이 지방 나들이에 일부러 나서는 수법 등이 꼭 같다.
가장 심하고 노골적인 부서는 국토 개발과 각종 건설업무를 담당하는 국토해양부다. 수도권의 출퇴근 시간을 30분 가량 단축하고 교통비도 줄이는 내용의 수도권 광역교통 계획을 정종환 장관이 어제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발표했다. 수도권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정책 자체야 별로 나무랄 데가 없다.
문제는 총선용이라는 냄새가 너무 짙다는 점이다. 첫째, 광역 급행버스 도입이나 버스 전용차로제 확대 등은 이미 지난 2월 인수위 시절에 나왔던 것이다. 재탕하면서 세 광역단체 책임자까지 불러 발표할 정도로 요란을 떨 일이 아니다. 둘째, 선거를 불과 이틀 앞두고 발표해야 할 만큼 시급하지도 않다. 선거 뒤로 하루이틀 발표를 늦춘다고 해서 시행이 늦어지거나 착오가 생기는 사안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예정됐거나 일상적으로 해 오던 일이 아니면 선거를 앞두고는 ‘특별한’ 행사를 벌이지 않는 게 그동안 관가의 상식이었다. 민감한 시기에 정치적으로 괜한 오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장관이 기자회견이니 뭐니 하면서 법석을 떤 것은 경합이 가장 치열한 수도권 총선을 염두에 둔 의도적인 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다. 국토해양부의 노골적인 총선 행보는 이것만이 아니다. 인천신항 건설 문제가 총선의 핵심 이슈가 되자, 장관과 차관 등이 잇따라 인천을 방문해 예산 지원 등을 약속했다. 오죽하면 뒷짐지고 있던 중앙선관위가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 준수를 촉구하는 공문까지 보냈겠는가.
그러나 이 정부의 대응은 쇠귀에 경읽기다. 어제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이 느닷없이 경기도 안산의 ‘25시 민원센터’를 방문한 것도 개운하지 않다. 하기야 정부 수반인 대통령부터 선거에 영향을 줄 일을 골라서 하는데, 도덕적 흠결로 약점 많은 장관들이 할 일이 잘못된 ‘충성 경쟁’밖에 더 있겠는가.
정부의 빗나간 행보를 막고 견제할 곳은 선관위와 검찰 등 사법기관들이다. 팔짱끼고 있지 말고 마지막까지 적극적인 감시와 수사에 나서야 한다. 선거가 끝나더라도 관권선거 의혹을 철저하게 밝혀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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