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07 19:43
수정 : 2008.04.07 19:43
사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가 학생의 성적에 따라 차별적으로 편의를 제공했다고 한다. 성적 우수자에겐 별도의 자율학습 공간을 배정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저녁 배식에서도 일부 차별을 뒀다는 것이다.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라거나, 학습 분위기 유지 차원이라는 등 학교의 변명이 없을 리 없다. 하지만 단지 시험성적만으로 학교가 학생을 차별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다.
문제는 이 학교의 사례가 앞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될 학생 인권 파괴를 경고하는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새 정부 들어 각 시·도 교육청은 진단평가라는 이름으로 일제고사를 실시하기 시작했고, 일부에선 학교별 혹은 개인별 성적을 배포했다. 이에 따라 시·도 혹은 전국 단위의 학교 서열화는 시간 문제가 됐다. 이에 앞서 서울 등 일부 시·도 교육청은 학교 선택제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학교와 교사의 책임감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것이 낳을 결과는 불보듯 자명하다. 학교 관리자는 자신의 학교가 상위 서열에 오르도록 교사들을 다그칠 것이고, 교사는 학생들을 들들 볶게 된다. 결국 들볶임의 종착지는 학생이다. 그리고 들볶는 방법 가운데 가장 손쉬운 것이 성적에 따른 차별이다.
학교 서열화를 앞두고 각 학교는 이미 방과후 학교를 특기·적성 활동에서 교과 학습으로 점차 전환하고 있다. 한 시간이라도 문제풀이 연습을 시켜 학교 전체의 성적을 올리겠다는 취지다. 그나마 조금씩 자리잡아 가던 특기·적성 교육은 이제 다시 설자리를 잃을 게 분명하다. 영전이나 승진은커녕 자칫 무능력자로 낙인찍힐 수 있는 교장·교감에게, 한가로이 아이들 적성을 발굴하고 고민을 상담하며 진로를 모색하도록 ‘지도편달’을 요구하긴 어렵다.
어떤 사람에게나 나름의 잠재력과 능력을 갖고 있는 만큼 특정 기준에 따라 사람을 서열화해서는 안 되며, 학교는 학생들의 자질과 능력을 발굴해 계발하는 게 기본이다. 아이들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는 게 교육이기 때문이다. 단지 시험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받은 모멸감과 좌절감은 평생 씻기지 않는다. 이렇게 받은 상처는 자존감과 자신감을 훼손시켜,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펼치는 것을 방해한다. 교육이 앞장서 아이들의 날개를 꺾어선 안 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먼저 학교 서열화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