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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감세 타령인가? |
세금을 깎아주자는 법안이 지난 2월 이후 14건이나 국회에 접수됐다고 한다. 특히 걱정되는 것은 법인세와 소득세 감세론이 또 불거졌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의원을 중심으로 25명이 발의한 법안은 법인세 과세표준 기준점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높이면서 2억원 이하는 세율을 13%에서 10%로 내리고, 소득세율도 2%포인트 인하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소기업과 가계 살림에 보탬을 주자는 취지라고 한다. 그럴듯하지만 지금이 적절한 때인지 동의하기 어렵다. 혹 재·보선을 겨냥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2003년 법인세법 개정으로 2%포인트 낮춰진 세율이 올해부터 적용된다. 소득세율도 지난해 1%포인트 내렸다. 이런 감세가 의도대로 투자를 늘리고 내수에 보탬이 될지, 별 효과 없이 재정 부담만 키울지 결과를 보기도 전이다. 감세는 공짜가 아니다. 누군가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게다가 직접세인 법인세와 소득세 감세는 상대적 고소득층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구조를 갖고 있다. 법인의 85%는 과세표준 1억원 이하다. 이를 2억원으로 올리면 혜택은 형편이 좀 나은 기업에 주로 돌아간다. 소득세율 인하 역시 직장인과 자영업자의 절반이 이미 면세점 아래에 있는 현실에 비춰보면 서민의 가처분소득 증대와 무관하다. 반면, 줄어든 세수는 다른 세금으로 메워지든지, 아니면 서민을 위한 재정지출 감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무분별한 감세는 세수와 세출 구조를 더 왜곡시킬 수도 있다. 직접세 비중이 낮으면 소득에 역진적이라는 게 통설인데, 우리나라 총조세 중 직접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0%선이다. 60~70% 수준인 선진국보다 훨씬 낮다. 국내총생산 대비 사회보장 지출 비중을 봐도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오히려 지출을 늘려야 할 형편이다. 한번 깎아준 세금은 두고 두고 재정에 부담을 준다는 점에서 감세를 정략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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