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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10 03:01 수정 : 2008.04.10 14:42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간신히 얻으면서 원내 1당으로 올라섰다. 이명박 대통령 직계들과 싸우다 당을 뛰쳐나갔던 친박근혜계 인사들도 예상보다 약진했다. 반면에 제1 야당인 통합민주당은 서울에서 전례 없는 참패를 당했다.

이번 총선 결과는 큰틀에서 지난해 12월 대통령 선거의 연장선에 있다. 한나라당은 과반인 150석을 약간 넘는 의석을 확보함으로써, 일단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에서 갈라져 나온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의원들까지 합치면 170석을 훨씬 넘어선다. 국회 18개 상임위 전부에서 과반을 점할 수 있는 규모다. 정권 초기부터 당내 권력투쟁에 골몰했던 이명박 대통령계와 박근혜 전 대표계는 결과적으로 서로 싸우면서 덩치를 키운 셈이 됐다. 이런 와중에 야당은 실종됐다. 견제와 균형이 중요한 의회정치의 측면에선 우려스런 결과다. 한쪽으로 쏠려 버린 선거 결과에 대해선 여러 평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번 총선에서 표출된 민의를 정치권 모두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독주’를 견제한 민심

한나라당은 원내 과반 의석을 차지하긴 했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꼭 승리했다고 자신있게 말하긴 어렵다. 지난해 12월의 압도적인 대선 결과를 돌아본다면 더욱 그렇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많은 의석을 따냈지만, 그 이외의 지역에선 예상보다 고전한 곳이 적지 않다. 수도권 승리도 한나라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민주당의 부진 탓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다수 의석을 얻었다고 해서 오로지 의석수만 믿고 밀어붙여선 안 된다. 그럴수록 겸허하게 야당과 대화하며 국회를 운영하는 게 필요하다.

원내 1당으로 올라서긴 했지만, 비례대표 득표율에선 예상보다 낮은 지지를 받은 의미를 한나라당은 곰곰이 따져보길 바란다. 국민은 “출범 한 달밖에 안 된 정권이 실패해선 안 된다”는 바람을 표출했지, 새 정부가 내놓거나 추진 예정인 개별 정책들을 무조건 다 지지해준 게 아니다. 민심은 예리하고 단호하다. 지난 두 달 동안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잘 보았을 것이다.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재오·이방호 의원이 낙선한 이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더구나 이번 총선 투표율은 역대 선거 중 가장 낮은 46%에 머물렀다. 많은 국민이 야당에 실망한 것만큼이나, 이명박 정권에도 선뜻 손을 내밀지 않았다는 걸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민주당, 대안세력으로 거듭나야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국민 지지를 받는 데 실패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큰 폭으로 떨어지는데도 민주당 지지율이 그에 걸맞게 오르지 않은 건, 국민이 민주당을 믿음직한 대안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손학규 대표 체제를 내세워 나름대로 변화의 모습을 보이려 했지만, 유권자들은 여전히 민주당을 ‘과거형 정당’, ‘열린우리당 재판’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서울에서 참패한 의미를 당 지도부는 뼛속까지 새겨야 한다. 수도권에서 이기지 못하면 민주당엔 활로가 없다. 이미 두 차례 집권을 한 세력으로서, ‘거대 여당을 견제해야 하니 힘을 달라’는 외침만으론 더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를 비판만 할 게 아니라, 그걸 넘어서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교육·부동산·연금 문제 등에서 이명박 정부와 선을 그으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 대안들을 내놓아야 수도권 민심은 돌아온다. 민주당은 과감한 내부 쇄신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둘로 갈린 진보정당의 초라한 성적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으로 갈라져 총선에 나선 진보진영이 얻은 의석수는 4년 전 총선의 절반 정도에 머물렀다. 2004년 민주노동당이 10석을 얻었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그나마 민주노동당의 권영길·강기갑 두 의원이 지역구에서 승리한 게 진보진영엔 ‘가뭄 속의 단비’와 같다. 이렇게 된 데엔, 진보정당이 국회에 진출한 이후 노동자·서민들의 기대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한 게 큰 이유지만, 총선을 앞두고 둘로 갈라져 서로 다투는 듯한 모습을 보인 탓도 적지 않다. 분열하지만 않았다면 수도권 등에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을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진보진영이 분열하는 사이에 국회의 보수 색깔은 훨씬 강해졌다.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및 친박 무소속들, 여기에 강한 보수 기치를 내건 자유선진당까지 합치면 이른바 ‘보수 블록’이 200석 안팎을 차지하는 상황이 됐다. 그럴수록 진보정당의 역할은 중요해진다. 앞으로 두 진보정당은 서로 협력하며 국민에 가까이 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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