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11 21:25
수정 : 2008.04.11 21:25
사설
통합민주당이 총선 패배를 추스르고자 조기 전당대회를 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전 대통령 후보, 김근태 의원 등 당의 대표적 얼굴들이 서울에서 전멸한 현실에 비춰보면, 하루빨리 인적 쇄신을 통해 국민에게 다가서려는 건 당연하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두 가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선, 지도체제 개편 논의가 무엇보다 수도권에서의 지지기반 확대를 염두에 두고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수도권에서 살아남은 의원들이 별로 없다 보니, 민주당에선 자연스럽게 호남 의원들의 발언권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민주당이 살아나려면 ‘전국 정당’의 모습을 강화하는 게 필수적이다. 민주당 내부 구성원들의 뜻이 중요하긴 하나,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 개편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새로운 리더십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서울에서의 유례없는 참패는, 1970년대 민주화 운동 세력 및 이른바 ‘386 의원’들의 몰락과 일맥상통한다. 그동안 민주당을 대표해 온 이들 세력이 새로운 내용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더는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걸 뜻한다. 앞으로 민주당이 어떤 색깔을 띠고, 어떤 노선을 가야 할지는 충분한 내부 토론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 다만 경계해야 할 점이 있다. 수도권 참패를 계기로 “당의 진로를 오른쪽으로 틀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식의 ‘실용주의’가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일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서울 참패 원인을 유권자들의 보수화 탓으로 돌리는 목소리가 적잖게 나온다. 이런 분석이 일면 타당하지 않은 건 아니나, 그것만으로 패배를 설명하는 건 적절치 않다. 그런 시각으론 뉴타운이 개발되는 서울 은평구에서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승리하고, 민주당보다 훨씬 왼쪽에 있는 진보신당의 노회찬·심상정 후보가 수도권에서 선전한 걸 설명할 수 없다. 문제는 민주당이 개혁성향 유권자들을 결집할 만한 정책 대안들을 제시하지 못한 데 있다. 민주당은 점점 심해지는 사회 양극화나 20대 청년실업 등의 사안에서 설득력 있는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많은 유권자들이 이명박 정부에 실망하면서도 투표장에 가지 않은 이유를 새겨봐야 한다.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하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이 큰 분야에서 대안을 내놓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길을 찾아야만 민주당이 다시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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