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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13 19:42 수정 : 2008.04.13 19:42

사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자신을 포함한 경영진과 그룹 경영체제 쇄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엊그제 삼성 특별검사팀에서 두 번째 조사를 받은 이 회장은 또, “모든 것이 내 불찰이며, 도의적이든 법적이든 모두 책임을 지겠다”는 말도 했다.

이 회장과 삼성 수뇌부가 검토 중인 경영쇄신이 어떤 방안인지 분명치 않고, 여러 혐의에 대해 어느 선까지 책임질지 언급이 없어 속단하긴 이르다. 특검 수사 발표가 임박한 상황에서 악화한 여론을 누그러뜨리고,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전략적 대응인 듯하다.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과거 몇 차례 해 왔던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의 대응은 더는 용납될 수 없다.

이 회장이 진정으로 도의적, 법적 책임을 느낀다면 고해성사를 하듯 먼저 진실을 밝히는 게 순서다. 삼성은 그동안 모든 의혹을 일체 부인해 왔으며, 거짓 해명으로 일관하고, 증거인멸까지 시도했다. 한편으론 모든 사실을 감추면서 한편으론 책임을 지겠다고 하니 그 진실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특검의 수사 결과도 중요하지만 이 회장과 삼성이 처한 상황은 엄중하다. 삼성그룹 전 법무팀장인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불법 승계, 비자금 조성, 불법 로비 의혹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불법 행위의 진상을 밝히고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이 회장은 설자리를 잃을 판이다. 이 회장은 이런 엄중한 상황을 고려해, 진실을 스스로 밝힌 뒤 자신의 퇴진을 포함한 근본적인 경영쇄신책을 내놔야 한다.

삼성이 가장 먼저 할 일은 전략기획실 해체다. 전략기획실은 초법적 권위를 갖고 ‘황제경영’의 유지를 위해 불법을 서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재용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도 재고해야 한다. 세간에는 이 회장 등 삼성 수뇌부가 책임지는 모양새를 갖추고, 삼성 경영권은 이 전무에게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이 전무에게 편법으로 경영권을 넘기는 것으로는 황제경영의 폐단을 넘어설 수 없으며, 삼성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삼성은 이번 일을 계기로 황제경영의 틀을 깨고, 각 계열사의 경영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쪽으로 획기적인 경영 쇄신을 하기 바란다. 그 길만이 삼성과 국민이 함께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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