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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14 21:01 수정 : 2008.04.14 21:01

사설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을 차례로 방문해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오늘 출국한다. 실용주의를 표방한 이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첫 외국 나들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과 정부 고위관리들의 인식과 준비 상황, 미국과 일본의 태도를 보면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미국은 정상회담을 겨냥해 다양한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우선 한국의 미국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과 방위비 분담금 증액 및 전용 묵인 등을 요구한다. 한국의 아프가니스탄 재파병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등 자국의 패권 유지·강화와 관련된 사안에서도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장기 군사패권 전략의 하나인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에 한국도 참여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간 한국이 거부해 온 사안들을 한꺼번에 관철하겠다는 태도다.

미국의 이런 공세는 이 대통령과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이 대통령은 이전 정권과의 차별화에 집착한 나머지 개념도 분명하지 않은 ‘한-미 관계 복원’을 핵심 외교 목표로 내걸었고, 정부는 미국 쪽에 ‘한국이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는가’를 되풀이해서 물으면서 환심 사기에 바빴다. 한-미 관계를 미-일 동맹 수준의 전략동맹으로 높여야 한다는 정부 관리들의 발언 또한 미국의 기대치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초강국인 미국과의 관계는 항상 비대칭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미 관계 강화에 치중하는 정부의 태도는 종속적 대미 관계를 심화시켜 국익을 해칠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도 미국이 요구하는 건 많으나 한국이 얻을 건 거의 없는 현실이 이런 구조를 잘 보여준다. 미국의 요구 가운데 하나라도 섣부르게 받아들인다면 한국은 치명적 손해를 볼 수 있다. 이 대통령과 정부는 균형적이고 호혜적인 한-미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먼저 고민해야 마땅하다.

한-미 관계에 매달리다 보면 다른 관계도 왜곡되기 쉽다. 남북관계는 이미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미국과 적극 공조해 북한 핵문제를 풀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대미 의존을 심화시켜 한반도 문제를 미국에 맡겨 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핵문제와 연계한다고 밝힘으로써 한국이 설자리를 스스로 좁히고 있다. 한-미 관계 최우선 전략이 미·중·일·러 등 4대 강국에 둘러싸인 한국의 지정학적 위상과 상충함은 물론이다. 한-미 동맹은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국익을 관철하려는 수단임을 이 대통령과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한-일 관계, ‘원칙 없는 실용’ 안 된다


이는 ‘신시대’를 얘기하는 한-일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이 한-일 관계 복원을 말하는 동안 일본 외무성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내용을 자체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했으나 정부는 거의 문제 삼지 않았다. 정부는 또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사과도 ‘너무 소모적’이라는 이유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정부는 최근 야스쿠니 반대공동행동 한국위원회가 신청한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신청서까지 반려했다. 한-일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대가로 일본의 모든 잘못에 눈감는다면 이는 ‘원칙 없는 실용’의 폐해를 보여줄 뿐이다. 이번 정상회담이 이를 확인하는 자리가 돼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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