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15 22:59
수정 : 2008.04.15 22:59
사설
외교통상부가 그제 발표한 새 정부 첫 공관장 인사는 대통령 선거 ‘공신’들에 대한 노골적인 논공행상이라고 할 만하다. 외국에서 한국을 대표해 국익을 극대화하고 질 높은 대국민 서비스를 펼쳐야 할 자리가 선거 승리에 기여한 이들에게 주는 전리품이 된 것이다.
주 로스앤젤레스 총영사에 내정된 김재수 인하대 겸임교수는 선거 때 한나라당 클린정치위 비비케이 관련 해외팀장으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을 도운 측근이다. 주 상하이 및 주 시애틀 총영사에도 각각 한나라당 서울필승대회준비위원장과 대통령 취임준비위 자문위원이었던 사람이 내정됐다. 특히 주 애틀랜타 총영사에 내정된 이웅길 전 미주한인회총연합회 수석부회장은 한국 국적조차 없다. 그가 이명박 캠프 선거대책위에서 해외파트를 맡았다는 사실 말고는 이 인사를 설명할 길이 없다. 외교부 쪽은 그가 부임할 때까지 한국 국적을 회복하면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니 더 기가 찬다.
외교부는 지난달 대통령에게 보고한 올해 활동계획에서 ‘선진 일류국가로 가는 외교’를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9개 실천 항목 중에는 ‘국민을 섬기는 영사 서비스 강화’와 ‘재외공관 인력 충원 및 배치 합리화’가 들어 있다. 그런데 이번 인사는 국민이 아니라 선거 공신들을 먼저 섬기고 있다. 배치 합리화라는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남은 물론이다. 그래 놓고 어떻게 일류국가로 가는 외교를 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섬기는 정부’는 이명박 정부 5대 국정지표의 하나이기도 하다. 국민의 수요에 부응하는 서비스를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첫 단추에 해당하는 고위급 공무원 인사부터 엄정하게 해야 한다. 대통령과 가깝거나 당선에 도움을 준 사람일수록 더 엄격하게 자격과 자질을 따져야 마땅하다. 다른 나라들이 국외 공관장 자리를 논공행상용으로 쓴다거나 우리나라도 과거에 그랬다고 하는 건 변명이 되지 못한다. 그건 섬기는 정부의 모습이 아니다.
그러잖아도 나라 안팎에 거주하는 우리 국민은 공관들에 대해 많은 불만을 갖고 있다. 공관들이 신뢰를 얻기는 어렵지만 불신을 키우기는 쉬운 상황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문제가 되는 사람들의 인사를 취소하고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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