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16 22:19
수정 : 2008.04.16 22:19
사설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 양정례씨의 ‘공천 헌금’ 의혹에서 비롯된 검찰 수사는 16일 창조한국당 이한정 비례대표 당선자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상황으로까지 번졌다.
누가 봐도 몰상식적인 양정례씨의 비례대표 발탁이 이번 파문의 직접 계기인 만큼, 우선 양씨와 친박연대 정치인들에 대해 검찰 수사가 이뤄지는 건 당연하다. 검찰은 양씨가 냈다는 1억100만원의 ‘특별당비’ 외에, 친박연대와 양씨 사이에 돈거래가 더 있었는지도 밝혀내야 한다. 비례대표 1번인 양씨가 겨우 1억여원의 특별당비만 냈다는 건 믿기 힘들다는 지적이 정치권엔 많다. 특히 검찰 수사가 양씨에게만 국한해서는 안 된다. 이한정 당선자나 정국교 통합민주당 당선자의 사례에서 보듯, 정도 차이는 있지만 문제점은 다른 정당에서도 발견된다. 의혹이 있는 비례대표 당선자들은 소속 정당을 가리지 말고 모두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더 중요한 건 비례대표 제도에 대한 정당의 인식 변화와 제도 개선이다. 비례대표제의 취지는, 지역구 제도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직능·계층 대표성을 국회에 반영함으로써 입법과정에 소외되는 계층이나 부문이 없도록 하자는 데 있다. 그러나 대다수 정당은 비례대표직을 ‘당 지지율에 따라 우리가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는 의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나름대로 국민 눈을 의식하는 지역구 공천과는 달리, 비례대표 후보는 선거가 임박해서야 당 지도부가 임의로 선정하는 게 관례였다. 양정례씨가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이었다는 사실도 대다수 국민은 4·9 총선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알았다.
이런 폐단을 막으려면 후보 선정을 투표일 일정 기간 전에 끝내도록 해서, 국민이 그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가 누군지를 충분히 알고서 정당 투표를 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 후보 선정에 당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제도 개선이 졸속으로 이뤄져선 안 되겠지만, ‘앞으로 4년 뒤에나 선거가 있으니 …’ 하는 생각에 무작정 미뤄서도 안 된다. 이번 파문이 전화위복이 되려면, 국회는 18대 원 구성과 동시에 우선적으로 비례대표 제도를 재검토하고 개선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