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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16 22:28 수정 : 2008.04.16 22:28

사설

이건희 삼성 회장 등의 의혹을 수사해 온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오늘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이 회장을 비롯한 10명 안팎의 관계자들을 불구속 기소하고,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명확한 법적 판단을 내려 검찰로 따로 넘길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한다.

특검 말대로 깔끔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만큼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특검 수사를 보면 그렇게 믿긴 어렵다. 오히려, 여기저기 숭숭 뚫린 구멍을 숨길 수 없어 보인다.

비자금 조성 의혹만 해도, 섣부른 결론을 내리는 게 무리인 듯하다. 특검팀은 전·현직 임원 명의로 된 차명계좌 1300여개를 찾아냈지만, 그 출처에 대해선 “비자금이 아니라 상속 재산을 불린 것”이라는 삼성 쪽 해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한다. 비자금으로 볼 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다. 하지만 삼성 계열사의 다양한 비자금 조성 행태에 관한 구체적인 진술이 있었음에도, 특검팀은 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는커녕 계열사 관계자들의 해명을 듣는 데서 크게 나아가지 않았다. 애초 수사 의지가 있었는지부터 의심되는 대목이다. 차명계좌 하나하나가 어디로 연결돼 있는지 추적하려면 지금보다 몇 배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데, 의혹을 남겨둔 채 지금 이를 덮는 게 온당한 일일 수도 없다.

불법로비 의혹도 마찬가지다. 전·현직 검찰 인사들이 대거 연루됐으니 검찰이 아닌 특검에서 엄정하게 수사하라는 게 국민의 기대인데도, 특검은 이들로부터 서면진술을 받는 데서 조사를 그쳤다. 이것 말고도 중요한 단서를 잡아 계좌추적에 들어갔다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중단했다는 따위 의혹이 있다. 이런 상태에서 결론을 서두른다면 ‘졸속 수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특검이 ‘법 원칙’대로 판단했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차명계좌에 든 돈이 비자금이라면 배임·횡령으로 한층 엄하게 처벌해야겠지만, 개인돈이라 해도 조세포탈 혐의가 결코 가볍지 않다. 포탈 액수와 수법 등 범죄가 중대하다면 그에 맞춰 처벌하는 게 옳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계열사들에 입힌 손해에 대한 처벌도 마땅히 그래야 한다. 이는 곧 자본주의 경제질서에 관한 문제다. 함부로 ‘경제 현실’을 내세워 ‘봐주기’를 정당화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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