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16 22:29
수정 : 2008.04.16 22:29
사설
혁신도시 건설 계획이 뭇매를 맞고 있다. 혁신도시의 경제적 효과가 부풀려졌다는 감사원 보고서에 이어 담당부처인 국토해양부도 혁신도시에 시비를 걸고 나섰다. 이러다간 노무현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혁신도시 건설 계획이 백지화될 판이다. 하지만 수십조원이 들어가는 거대한 국책사업을 이런 식의 여론몰이로 뒤집으려 해선 안 된다. 혁신도시의 건설 취지가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데 있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수도권 집중 심화로 비롯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엄청나다.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몰려 살고, 대부분의 경제활동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수도권이 비대해짐에 따라 지방경제는 점점 더 말라비틀어져 간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혁신도시를 추진했던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과 지방의 심각한 불균형을 시정하려는 것이었다. 혁신도시 건설이 갖는 이런 의미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제 와서 혁신도시 건설을 백지화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이미 사업이 시작된 몇몇 지역은 토지보상이 90% 이상 이뤄졌다. 터파기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곳도 있다. 계획에 따라 착착 진행 중인 사업을 갑자기 중단한다는 것은 또다른 혼란을 부를 수 있다. 벌써부터 몇몇 지역에서는 혁신도시 건설을 중단하면 ‘민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혁신도시가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과정도 문제다. 이 논란은 감사원의 혁신도시 보고서를 일부 언론이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다분히 노무현 흔적 지우기 차원에서 거론된 측면이 강하다. 여기에 국토해양부가 가세하면서 본격적인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혁신도시에 대한 공식 입장이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형 사업을 아무런 계획이나 대책도 없이 이렇게 뒤흔드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노무현 정부가 혁신도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점도 있었을 수 있다. 부작용이 있다면 고쳐야 한다. 그렇더라도 책임 있는 정부라면 예상되는 문제점을 차근차근 재검토해 혼란 없이 효과적으로 보완해 나가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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