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17 20:50
수정 : 2008.04.17 20:50
사설
아이티, 이집트, 에티오피아, 우즈베크, 예멘, 필리핀, 타이, 멕시코, 이탈리아… . 살인적인 식량가격 때문에 폭동이 일어난 지역이다. 개도국은 물론 선진국에서조차 굶주림에 시달리는 빈민들이 들고 일어나고 있다. 식량이 없어 진흙까지 먹는다는 아이티에선 총리가 물러났지만 폭동은 계속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국제사회가 긴급대처하지 않으면, 더 가공할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주식 가격이다. 밀은 지난해 3월 이래 130%가 올랐고, 콩도 87%나 뛰었다. 타이산 쌀은 올 3개월 사이 배로 올랐다. 가격 폭등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기후변화로 인한 경작면적의 축소, 낮은 재고수준, 중국 등 신흥국가의 육류 소비 증가, 바이오연료 산업, 기록적인 유가 및 수송비 그리고 투기자본의 매점 등.
식량위기는 우리에게도 먼산의 불이 아니다. 쌀을 뺀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5%에 지나지 않는다. 당장 문제는 연간 1200만t 정도 소요되는 밀과 사료용 곡물이다. 농림부 관계자에 따르면, 높은 가격과 수출국들의 금수조처로 내년도 물량확보가 걱정될 정도다. 우선 유휴지를 활용해 밀 등 밭작물을 재배하고 농민들에게 인센티브를 줘 일부 논을 밭으로 전환하거나 2모작을 하게 하는 등 적정 생산기반을 유지하고 안정적 수입선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근본적으론 농업을 포기하다시피 해온 기존의 농업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최근 식량사태 이후 일부 수출국의 금수조처는 식량안보·식량주권의 문제를 제기한다. 쌀 뿐만 아니라 밀, 콩, 옥수수 등도 자급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새만금 땅 4만ha를 농지 30% 대 기타용도 70%로 활용하기로 한 대통령직 인수위의 결정은 재고돼야 한다. 아울러 수입국들이 공조해 세계무역기구에서 수출국의 일방적인 금수를 규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어가고 있는데 식량을 무기화하는 것은 반인도주의적 범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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