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18 19:28
수정 : 2008.04.18 19:28
사설
아찔하고 혼란스럽다. 요즘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을 보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생각이 이런 것 같다. 국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정책들에서 정부의 태도는 모호하고 때론 지극히 돌출적이다. 혁신도시 사업이 그렇고, 우열반 편성 등의 내용을 담은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이 그렇다. 서울시의 뉴타운 사업을 둘러싼 혼란도 크게 보면 같은 맥락이다.
오죽했으면 18일 열린 첫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우리가 무조건 정부 편 들어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민심의 목소리에 더 귀를 귀울이라”는 말까지 했을까. 총선이 한두 달이라도 더 늦게 치러졌다면 그나마 과반 의석도 얻기 힘들었을 거란 얘기가 한나라당 안에서 나온다. 여당이 보기에도 지금 새 정부의 모습은 마치 물가에 나간 어린아이와 같은 듯하다.
뭐가 문제일까. 새 정부는 주요 정책을 면밀히 검토하기 전에 대외적인 언급부터 먼저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태도는 이미 대통령직인수위 시절부터 나타났다. ‘영어 몰입 교육’이나 ‘대운하 연내 추진’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인수위의 실책들이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을 그렇게 깎아먹었는데도, 별로 달라진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과거와는 다른 새 정책노선을 분명하게 각인시켜 줘야 한다’는 조급함, ‘지난 대선의 압도적 지지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은 국민 지지를 받았다’는 오만이 밑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면 이전 정권의 주요 정책들을 다시 들여다 볼 필요는 있다. 그러나 그 작업은 기본적으로 정책의 연속성을 염두에 두고 이뤄져야 한다.
정책을 총괄적으로 기획하고 조정하는 시스템이 없는 것도 혼란을 부추기는 데 한몫 하고 있다. 출범한 지 두 달이 다 되도록 정책 혼선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정책 조정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새정부는 성과를 빨리 내려는 조급함에서 벗어나, 좀더 신중하게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여당인 한나라당 의견이라도 먼저 충분히 듣기를 권한다. 벌써 한나라당의 비판을 들을 정도면, 야당이나 일반 국민과의 거리는 얼마나 멀어지고 있을지를 정부는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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