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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20 19:59 수정 : 2008.04.20 19:59

사설

그제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과 관련해, 청와대 쪽은 전통적 우호관계를 ‘전략적 동맹관계’로 발전시키기로 한 것을 최대 성과로 꼽았다. 북한 핵 문제 공조 강화, 주한미군 감축 중단, 한국의 미국산 무기구매국 지위 향상 등도 동맹 강화 맥락 속에 있다. 여기에다 두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을 특별히 강조했다. 곧, 이번 회담의 열쇠말은 전략적 동맹과 자유무역협정이다.

문제는 전략적 동맹관계가 우리의 국가전략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전략적 동맹이 성립하려면 두 나라가 전략적 목표를 장기적으로 공유하고, 각자의 자원을 적극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영국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처음부터 지지하고 수천명의 전투병력을 보냄으로써 전략적 동맹임을 과시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방어 체제 구축에 일본이 적극 참여하는 것도 두 나라가 대중국 봉쇄라는 전략적 이해를 함께 하고 있어서다. 그런데 한국과 미국은 이런 수준의 목표를 공유하지 않으며, 두 나라의 국력 차이도 크다.

이렇게 볼 때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한미 전략적 동맹은 한국의 국익과 정면으로 충돌할 소지를 안고 있다. 우선 주한미군 감축 중단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와 직접 연결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지구촌을 무대로 하는 기동군으로 주한미군을 활용하면서, 한국도 여기에 적극 동참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이라크 파병 연장 및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등의 요구도 강해질 것이다. 무기구매국 지위 향상이 미국산 무기 수입 증가 압력으로 이어질 것임은 물론이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전면 참여와 미사일방어 체제 동참 요구도 부각될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평화체제는 다자적 논의 틀을 전제로 하는 점에서, 한미 전략적 동맹 구축이라는 방향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이 이전 입장을 바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날 생각이 없다고 단언한 것은 정부 접근방식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가 전략적 동맹에 집착하는 데는 미국의 의도에 대한 그릇된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전략적 동맹관계를 “21세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식으로 협력·협조하자는 것”으로 간단하게 정의했다. 정부가 큰 의미를 부여한 것과는 다른 상식적 표현이다. 전략적 동맹을 얘기하려면 먼저 뭔가를 보여달라는 압박이기도 하다.

남북 관계 돌파구 열어야

전략적 동맹에 매달리는 이런 태도는 남북 관계와 핵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은 미국 방문 중 남북 연락사무소 설치, 대북 인도적 지원과 핵 문제 분리, 김정일 위원장과 대화 용의 등 여러 진전된 발언을 했다. 하지만 이런 제안은 근본적 한계가 있다. 우선 10·4 정상선언 등 이제까지 성과를 전면 부인해 남북간 불신을 키우고 있다. 아울러 정부 정책에는 한-미 관계만 있을 뿐 남북 관계 자체의 전망이 없다. 핵 문제 해결은 평화체제 논의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며, 남북 관계 내실화는 평화체제 논의의 전제조건이다. 남북 관계 진전이 시급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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