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20 20:02
수정 : 2008.04.20 20:02
사설
한-미 정상회담 전날 졸속으로 타결된 쇠고기 협상의 파장이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를 사실상 제한 없이 수입하기로 했다는 협상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송아지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등 한우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국산 돼지고기 값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다음달 실제 수입이 재개되면 그 파장이 더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가뜩이나 사료값·기름값 앙등에 시달려온 축산농가들은 이제 존폐를 걱정해야 할 지경이 됐다.
국민 건강에 대한 걱정도 커졌다. 불과 두 달 전, 미국 농무부는 남부 캘리포니아 도축장에서 나온 쇠고기 6만톤을 회수했다. 이즈음 인간광우병 의심 사례까지 발생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이 크게 의심되는데도, 정부는 광우병에 대한 아무런 안전 보장 없이 뼈 수입까지 전면 허용했다. 정부 스스로 국민의 건강을 외면한 셈이다.
앞으로의 일에 대한 정부의 대비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정부는 관계장관 회의를 거쳐 오늘 쇠고기 협상 타결에 따른 대책을 발표한다. 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부랴부랴 합의문에 서명하고선 뒤늦게야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꼴이다. 그렇게 나온 정부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지, 또 축산농가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을지 의문이다.
쇠고기 협상이 한국의 일방적 양보로 끝나지 않으려면 적어도 한국이 얻는 게 분명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으로 미국 의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곧 비준 동의할 것으로 기대하는 듯하다. 한미 에프티에이 자체도 문제가 많지만, 정부의 이런 기대도 아직 희망사항일 뿐이다. 오히려 미국에선 쇠고기에 이어 이젠 자동차 문제 재협상 주장까지 흘러나온다. 국민 건강과 축산농가를 희생시킨 대가가 고작 잘못된, 그것도 불확실한 ‘어음’이라는 얘기다. 이런 협상이라면 반대하고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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