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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23 19:24 수정 : 2008.04.23 19:24

사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쇠고기에 대한 검역 주권을 포기했던 정부가 이번에는 경찰 훈련요원의 아프가니스탄 파견 검토에 나섰다. 지난 19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미 ‘조공외교’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현지 경찰을 훈련할 요원을 보내는 것과 파병은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한국인 인질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한 재파병 불가 약속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미국은 사실상 재파병을 요구한 상태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는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한국군 재파병 문제를 이명박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공언했다. 청와대 쪽도 미국 기대치와 접점을 찾는 중이라고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재파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파견 경찰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재파병이 이뤄질 수도 있다. 실제로 정부 안에서는 웬만하면 미국의 뜻을 들어주자는 분위기가 있다. 경찰을 보낸다는 방침 자체가 이미 기존 방침을 바꾼 것이기도 하다. 정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프간에 소수의 재건지원팀(PRT)을 보내겠다는 말밖에 하지 않았다.

아프간 파병은 미국의 요구 목록 가운데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라크 파병 재연장에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방위비 분담금 증액, 주한미군 유연성 강화,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 동참 등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모두 우리나라의 안보와 국익에 큰 영향을 줄 사안들이다. 정부는 벌써 이 가운데 몇몇에 대해 미국 요구를 최대한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로 검토에 들어갔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근본 원인은 새 정부가 무턱대고 한-미 전략동맹을 추진하는 데 있다. 전략동맹은 지구촌 전체를 경영하는 데서 전략을 같이한다는 뜻으로, 두 나라의 국력 격차를 생각하면 결국 미국의 일방적 패권전략을 한국이 추종하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으로서는 온갖 위험 부담과 엄청난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얻을 건 별로 없는 구도다. 한반도·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노력과 상충하는 것은 물론이다. 정부는 아프간 경찰 파견에서부터 신중해야 한다. 그리고 부적절한 대외 정책 기조를 전면적으로 다시 정립하길 바란다. 첫단추를 잘못 끼우면 두고두고 불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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