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24 21:13
수정 : 2008.04.24 21:24
사설
어제 여권 최고위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국정과제 보고회에서 대운하 추진계획이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올해 시급히 추진해야 할 과제 193건 속에도 포함되지 않은 걸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이 조금은 달라진 것 같아 보인다. ’대운하 보류’라는 보도가 나올 법도 하다. 총선 민의와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 나타난 반대 여론을 생각하면 사필귀정이다.
이 대통령은 인수위 때, 한반도 대운하를 내년 초 착공해 임기 안에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면 환경영향평가, 문화재 지표조사 등 필수적인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특별법을 18대 국회 개원과 함께 제정해야 한다. 그러나 18대 당선자 가운데 반대론자가 압도적 다수다. 한나라당내에서도 다수다. 설사 권력이 가능한 물리력을 다 동원한다 해도 특별법 제정은 불가능한 게 국회의 현실이다. 게다가 총선 이후 여론은 더 나빠져 반대가 3분의 2 이상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이 물러섰다기보다는, 여론이 대통령의 강행 의지를 일단 저지한 셈이다.
사실 이 대통령이 대운하 건설을 포기했다고 볼 만한 근거는 없다. 그는 미국 방문 기간에 보도된 뉴스채널 시엔엔(CNN)과의 인터뷰에서 “대운하는 단순한 선거공약이 아니다. 물 부족, 내륙 개발 등의 사안을 한꺼번에 다룰수 있는 포괄적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운하에 대한 그의 집착을 잘 보여주는 말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어제 ‘최종적인 결론은 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한 것도 이런 뜻을 고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청와대 일각에선 지금도, 낙동강 하류나 영산강에서 시범 운하를 건설하는 방안을 내비치고 있다.
대운하가 국민에게 외면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성은 없으면서 전국을 막개발과 투기광풍으로 빠지게 하고, 식수 오염, 홍수 피해, 생태계 파괴 등 환경 재앙을 초래하며, 투기꾼·지주·대기업 등 극소수만 살찌우리라는 우려이외에, 법이 정한 절차나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권력자 멋대로 추진하려 들었기 때문이다. 섬기겠다던 국민을 무시하고 맞서려 했던 것이다.
섬기려면 제대로 섬겨야 한다. 국민을 이기려 했다가는 정권도 국민도 힘들어진다. 하루빨리 눈치 보기를 끝내고, 대운하에 대한 미련을 깨끗이 접기 바란다. 그래야 다른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데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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