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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24 22:59 수정 : 2008.04.24 23:29

사설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 지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미국이 약한 수준의 동물사료 금지 조처를 공포했다. 그 결과 다음달부터 연령 제한 없이 30개월이 넘은 쇠고기도 아무 말 못하고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동물 사료 규제를 시행하는 시점이 아닌 공포 시점을 기준으로 전면 개방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협상 타결 때만 해도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가 이렇게 빨리 들어올 줄 몰랐기에 속았다는 느낌마저 든다.

미국의 동물사료 규제는 내년 4월이나 돼야 시행되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는커녕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무방비 상태인 쇠고기를 먹어야 하는 처지다. 1년 뒤 시행하겠다는 강화 조처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턱없이 약한 수준인데다, 발효가 된다 해도 미국 축산업계의 반발이 심해 제대로 이행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30개월 이상 소에서 광우병 의심 사례가 발생해도 우리가 바로 수입 제한 조처를 취할 수 없고 미국의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야 한다는 것도 검역주권의 포기나 마찬가지다. 검역주권을 포기한 졸속 협상이란 사실이 잇따라 드러난 만큼 재협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20개월 미만 소의 살코기만 수입하는 일본과 대비된다. 그런 가운데 일본은 최근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등골뼈가 발견되자 곧바로 해당 공장에서 생산된 쇠고기에 대해 수입 금지 조처를 취했다.

빗장을 한꺼번에 열어젖히는 바람에 산지 소값이 뚝 떨어지는 등 축산농가가 받는 충격이 너무 크다. 사료값 급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축산농가들은 이러다간 다 죽을 판이라고 아우성이다. 축산농가 보호 대책을 먼저 세우고 개방을 해도 단계적으로 해서 충격을 완화하는 게 순리인데, 이번 협상은 그러한 기본틀에서 벗어나 이뤄졌다.

통합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세 야당은 쇠고기 수입개방과 관련해 국회 청문회를 열겠다고 한다. 협상 경위와 안전성 문제, 그리고 축산농가 대책을 따지고 미진하면 국정조사를 할 방침이다. 야당들이 밝힌 대로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은 국민의 생명 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한나라당이 이런 중대 사안을 정치 공세라고 폄하하면서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쇠고기 협상이 졸속하게 이뤄진 경위를 밝히고, 안전성을 확보하고 축산농가에 주는 충격을 완화하도록 재협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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